▲ 구태우 기자

“지난해 한국화이자제약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모두 늘었다. 그런데도 회사 매출액 중 10% 미만을 차지하는 사업부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화이자제약이 수익을 내는 데 혈안이 돼 노동자를 버리고 있다.”

박윤규(40·사진) 민주제약노조 한국화이자제약지부장은 2년8개월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화이자제약은 지난 27일 지부에 공문을 보내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회사는 컨슈머사업부와 글로벌이스태블리시트제약(GEP)사업부 소속 직원 6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화이자제약 임직원 중 8%가 구조조정 대상인 셈이다. 지부는 5개 사업부 중 2개 사업부만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를테면 40명을 희망퇴직시킬 예정인 컨슈머사업부는 직원이 80명이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지부는 회사 주장대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에 걸맞으려면 대상자를 전체 사업부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최근 본사 앞 집회신청서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낸 데 이어 조만간 천막농성에 돌입한다. <매일노동뉴스>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화이자제약 본사 노조사무실에서 박 지부장을 만났다.

“화이자제약, 손쉬운 인력감축만 추진”

-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인가.

“화이자제약은 지난해 6천7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3년보다 매출이 311억원 늘었다. 컨슈머사업부 매출액은 400억원 수준으로 회사 매출 규모의 10%도 안 된다. 컨슈머사업부가 비록 3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직원 절반을 내보낼 정도로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가장 손쉬운 카드인 인력감축을 택한 것이다.”

- 컨슈머사업부 실적이 악화된 원인은.

“2013년부터 해외 직접구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건강보조식품인 센트룸은 인터넷을 통해 미국에서 직접구매하는 것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영양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국내 의학저널의 발표도 컨슈머사업부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화이자제약,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 회사는 희망퇴직을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회사는 컨슈머·GEP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다른 사업부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희망퇴직 신청을 반려한다고 한다. 특정 사업부를 표적으로 삼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말이다. 다른 사업부에 전환배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회사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수익에 혈안이 된 나머지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 지부는 전체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유가 무엇인가.

“컨슈머사업부는 직원 50%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희망퇴직을 원하지 않는 직원까지 강압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쓰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사는 희망퇴직 정원이 차지 않으면 정리해고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체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으면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만으로 구조조정 규모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화이자제약은 국내 건강보험 급여의약품에서 시장점유율 1위지만 급여와 복지 수준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현재는 외국계 제약회사 중 급여·복지가 중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체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2013년에도 회사 예상보다 신청자가 많았다. 전체 사업부에 걸쳐 희망퇴직을 받고, 전환배치를 통해 각 사업부에서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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