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청년일자리 백가쟁명 시대다. 정부가 강행하는 ‘노동개혁’도 노동계가 주장하는 ‘재벌개혁’도 청년일자리 창출을 지향한다.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강 대 강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와 고용보조금으로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이든 재벌 대기업이 쌓아 둔 사내유보금으로 청년고용을 강제하자는 말이든 헛헛한 것은 마찬가지다. 전자는 거짓말이고, 후자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는 선언적 구호이기 때문이다. 정작 청년 당사자들은 개혁의 내용조차 알기 어렵다.

정당들도 본격적으로 전장에 나서고 있다. 2016년 총선은 한참 전에 이미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에 ‘경제정의·노동민주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부·여당의 쉴 틈 없는 공세와 프레임 선점, 의제의 시급함에 비하면 늦은 감이 크다. 필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갈 길이 멀다. 여전히 ‘경제정의’와 ‘노동민주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아하지만 청년고용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시기를 놓쳤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노동개혁과 재벌개혁이 크게 충돌하는 구도 속에 누구라도 진짜 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결국 이 싸움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로 끝날 것이며, 청년을 비롯해 위기에 처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은 더 나빠질 것이다. 지금의 전선에 나선 대다수가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청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 그럴싸하게 소구력을 가지는 때다. 뜻하는 바가 불분명한 만큼 지시하는 대상인 ‘당사자’들이 집단적으로 조직화돼 있지 않은 만큼 ‘기호’는 이곳저곳에 활용하기 좋다.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서도 청년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호명된다. 청년은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마케팅에 동원된다. 청년이 소구, 아니 호구가 되는 이유다.

그럴수록 청년에 대해 말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진짜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천착해야 한다. 명분으로 사용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질이어야 한다. 현실이 요구하는 개혁의 본령인 ‘청년일자리’라는 사회적 난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층 신규채용과 장년층 고용안정 등 급변하는 시대에 커져 가는 일자리 문제는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노력해 대처해야 할 공동의 과제다. 결국 노사정이 상생을 위한 '공정한 책임분담'에 합의할 때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강행수단으로 활용할 뿐 애초에 제대로 된 합의를 이뤄 낼 의지가 없다. 재계는 정부 뒤에 숨어 있다. 그렇다면 누가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가.

그동안 조직노동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청년실업자, 주변부 노동자들의 삶을 향하는 노동운동의 전략적 지향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기금 출연, 고용보험 재정확충을 통한 실업안전망 강화, 연대임금제를 통한 주변부 노동 처우개선과 노동 내 격차 완화….

노동운동이 주도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구호를 넘어 책임 있는 실천으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해법을 포함해 고용정책에 대한 자기 대안을 갖추지 않으면, 노동운동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직시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은 정의로움에 입각해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행사한 집단,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는 집단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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