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26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 재개를 결정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 초까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진행된 협상 결과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사정위는 올해 4월8일 한국노총의 합의 결렬 선언 다음날인 9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논의 초안’이라는 제목의 합의문 초안을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전문을 비롯해 5대 항목 65개 세부과제를 담고 있다. 쟁점으로 분류한 사항은 △일반해고 기준·절차 명확화 △임금체계 개편 의무화 여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중복시 가산임금 할증률 비율 등 세 가지에 불과하다. 쟁점 중 하나인 기간제·파견 사용기간 확대 같은 비정규직 관련 내용은 장기과제로 넘어갔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당시 “상당히 많은 이슈에서 의견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정위원장에 복귀한 최근 “65개 과제 중 2~3개 과제만 이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와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논의 초안에 대해 “의견접근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반해 한국노총·한국경총 등 노사단체는 “협상이 결렬된 만큼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지 노동계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럼에도 조만간 재개될 노사정 협상은 논의 초안을 토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도 이날 오전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 재개를 결정하자 “그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대타협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논의 초안에 담긴 내용 중 일부는 이미 실행됐거나 추진되고 있다.

◇노사정 합의안 초안=논의 초안 전문에 적힌 “마침내 노사정 합의에 이르렀다”는 문구를 보면 합의문 초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에 쟁점 사항은 담겨 있지 않다. 다만 노사정이 협상 과정에서 무엇을 중점에 두고 논의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노사정은 전문에서 “노동시장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 내 기업규모, 고용형태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했고 청년층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사정은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보호 △장시간 근로 개선 △노동시장 불확실성 제거와 효율성 향상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다.

노사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5대 항목 65개 과제, 쟁점은 3개=논의 초안은 △노사정 협력을 통한 청년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 정년연장과 임금제도 개선 등 3대 현안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을 포함한 5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과제는 65개나 된다. 쟁점으로 분류한 사항은 3개다.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세무조사 면제 우대·중소기업 장기근속 지원·공공조달계약 가점 부여 같은 정책적 지원방안을 내놨다. 공기업 청년 신규채용 규모 확대도 포함됐다.

고소득 임직원(소득 상위 10%) 임금인상 자제와 이에 상응하는 기업의 기여·정부 지원을 통해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은 세대 간 상생방안으로 제시됐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 방향은 원·하청,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같은 동반성장이다. 대기업·원청 노사가 중소협력업체에 임금인상 비용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성과공유 활성화 대책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거론했다.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재단을 만들거나 대기업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해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을 지원하면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은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아울러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해 적정 납품단가를 보장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남품단가조정협의제를 활성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불공정거래 의무고발요청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리해고는 강화, 일반해고는 완화=논의 초안에 따르면 노동시장 활성화 항목에서는 경영상 고용조정(정리해고)시 고용안정 노력 강화방안을 담았다. 경영계가 고용조정시 임금·근로시간·배치전환을 통해 감원을 최소화하는 한편 근로기준법에 경영상 해고 회피노력을 명시하고 재고용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한다.

반면 근로계약 해지 등에 관한 기준과 절차(일반해고 가이드라인)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노사와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내용은 쟁점으로 분류됐다.

사회안전망 구축 항목에서는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대상 확대·수준 향상이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초 대국민 담화에서 “실업급여를 평균임금 50%에서 60%로 올리고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현행(90∼240일)보다 30일 늘리겠다”고 밝혔다.

논의 초안에는 이와 함께 △고용보험의 모성보호사업 일반회계지원 확대 △출·퇴근재해 보상 확대 △특수형태업무종사자 사회적 보호 확대가 담겨 있다. 역시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정책들이다.

노사 핵심 현안인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의 경우 노동부가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노사정 의견접근안을 토대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해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논의 초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본지 7월31일자 '노동특위 구성한 새누리당 노동관계법 개정 마이웨이?' 참조>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중복될 때 가산수당 할증비율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의견이 달라 쟁점으로 남겨졌다. 노동계는 법원 판결대로 100% 지급을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50% 지급으로 맞섰다.

또 다른 노사 쟁점인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사항으로 할지, 노사자율로 할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밖에 논의 초안에는 지역노사민정협력과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방안이 포함됐다.

이처럼 논의 초안에는 5대 항목 65개 세부과제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노사 모두 논의 초안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내용이 어떻게 달라질지 논의 초안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주목할 만한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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