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말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글전용정책이 흔들리고 사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아이들 학습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조·훈민정음연구소를 비롯한 53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24일 오후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 교원문화관 대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한글전용정책을 무시하는 한자교육 활성화와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교육부가 앞장서서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고, 적정 한자수를 제시하려 하고 있다"며 "초등학생의 학습부담을 증가시키고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에 교육부가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의 한자병기 추진이 한자급수시험을 주관·후원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한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편 교육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위원장 김경자)는 이날 오후 교원문화관 대강당에서 초등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한자병기 찬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경자 위원장은 "초등학생에게 학습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의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교과의 개념학습을 돕는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을 탐색하는 것이 공청회의 목적"이라며 "한자 문화권 국가 간 이해·교류 증진을 위해 한자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용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정부는 이익단체의 요구에 휩싸이지 말고 어린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중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은 국한문혼용론자들과 한자 사교육 업체들의 농간에 교육부가 놀아나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다음달 9월 말까지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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