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업자 수가 1백만명 밑으로 내려감에 따라 일단 ‘실업대란’의위기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임금 근로자로 새로 취업한 39만명 가운데 71.2%(27만8천명)를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등 비정규직 비중은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의 경제난 속에서 낮은 임금과 불안한 신분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들 비정규직 비중의 확대는 ‘일자리’의 질(質)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불안한 실업감소=지난달 실업률이 3.8%로 낮아진 배경에는 계절적 요인과 경기의 점진적 호전, 정부의 실업대책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동향분석실장은 “날씨가 예년보다한달 늦은 4월에 풀린 데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상승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경기가 다소 호전되면서 예상을 넘는 1.0%포인트 하락을 기록했다”고설명했다. 이러한 계절적·경기적 요인은 농림어업의 39만명, 도산매·음식숙박업의 8만7천명, 건설업 7만7천명의 취업증가 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공공근로 확대 등 정부 실업대책의 효과로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부문 취업이 8만8천명 늘었다.

반면 제조업은 3만6천명 증가에 그치는 등 ‘안정된 일자리’ 창출은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전체 실업자 중 6개월 장기실업자의비중은 지난 3월 11.8%에서 지난달 13.7%로 오히려 증가, 실업자 격감 속에서도 장기실업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진 뒤에야 기업들이 본격적인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실업자 감소폭이 지난달처럼 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시 커지는 비정규직 비중=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까지 절반 이하에 머물렀으나 99년부터 50%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52.4%로 최고를 기록했던 비정규직 비중은 올해 초 겨울철임과경기악화로 일용·임시직 실업이 늘면서 지난 2월 50.2%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임시직 비중이 3월과 같은 34.3%를 기록한 가운데 일용직 비중은 전달의 16.1%에서 16.7%로 0.6%포인트 높아졌다.

노동연구원 강실장은 “취업이 크게 증가한 농림어업, 도산매·음식숙박업, 서비스업 등에서 정규직보다 임시직·일용직을 주로 고용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20·30대의 실업 감소는 도산매·음식숙박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등에서의 취업증가에, 40·50대 실업 감소는 건설업부문 등에서의 취업 증가에 각각 기인한다”며 연령에 따른 취업양태의 차이를 설명했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는 것?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광공업, 제조업 등 산업생산과 직결되는 부분보다는 나머지분야에서 비정규직 취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상용직 비중은 전문직(90.4%), 광공업(84.5%), 사무직(71.4%), 제조업(59.2%) 등에서는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도산매·음식·숙박업(24.4%), 서비스판매직(18.2%) 등은 이미 상용직이 소수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비정규직 확산이 저임금과 복지혜택 감소를 동반함으로써 사회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과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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