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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 대신증권 신망받던 직원이 회사 설립 53년 만에 노조 만든 까닭
▲ 배혜정 기자

지난해 1월27일 오후 3시30분. 대신증권 사내메신저로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 설립 사실이 알려졌다. 오너 체제 아래 철옹성 같았던 '대신증권 53년 무노조 신화'에 종식을 고한 그날 밤 이남현(44·사진) 지부장은 떨리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세상이 다 바뀔 것 같이 느껴졌다"던 그날 이후 1년7개월이 지났다. 이남현 지부장은 최근까지도 서울 강남경찰서를 드나들며 조사를 받았다. 회사가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사규 위반 혐의로 특별감사까지 받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온몸에 피부발진이 일어났다.

대신증권 본사 홍보실 근무경력에, 2011~2012년 노정남 전 대신증권 사장이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초단타매매자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마다 노 전 사장을 호위하는 경호인력으로 차출될 만큼 회사 내에서 충성도 높은 직원으로 여겨졌던 그였다.

당시 그의 위치를 감안해 봤을 때 '이남현 대신증권지부장' 명의로 노조 설립 통보 공문을 받은 회사가 느꼈을 충격과 배신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대신증권의 신망받던 직원이었던 이남현 지부장은 왜 노조라는 총대를 멨을까. 지난 19일 저녁 서울 합정동 <매일노동뉴스> 회의실에서 이 지부장을 만났다.

회사 총애 받다 노조 설립한 이유

"전략적 성과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게 접니다."

이 지부장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의외였다. 대신증권은 2011년 창조컨설팅에 의뢰해 저성과자 상시퇴출 프로그램인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를 만들어 이듬해 5월부터 시행했다. 역량개발부 팀장이었던 이 지부장은 대상자들이 수행해야 할 기본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었다.

"회사가 이 프로그램을 왜 만들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습니다. 대상자들의 억울하고 딱한 사정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다 보니 교육을 하면서도 언젠가 없어져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죠."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대상자 중에는 과거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한 동료도 있었다. 갈등과 번민의 나날을 보내던 이 지부장은 교육을 설렁설렁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회사는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 두 번의 경위서를 쓰고 나자 회사는 3단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직전 이 지부장을 부서에서 방출했다.

"반드시 없어져야 할 프로그램이었어요. 프로그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서야만 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의 힘으로 회사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동료들을 찾아다녔다.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무작정 찾아가 "증권사에서 일하는데 노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사무금융노조를 소개받았다.

2013년 말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듬해 대규모 인원 정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루도 지체할 수 없었던 이 지부장은 사무금융노조에서 4차례에 걸쳐 상담을 받고 몇 차례 비밀회동을 한 끝에 지난해 1월25일 대신증권지부를 설립했다.

노조 설립하자 조합원 가입 '봇물'

지부 조합원은 설립 사흘 만에 500명을 넘어섰다.

"가입서가 물밀듯이 들어오는데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고요. 몇 개 지점은 직원 전체가 한꺼번에 보내기도 했고요. 그때는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부는 우리사주조합 조합원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두 달 뒤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신저축은행 인수건과 삼성동 토지매입, 고가 미술품 구매 등 각종 의혹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회사 경영진을 몰아붙였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만든 사실상 상시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인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를 언론에 폭로하며 그해 사측이 추진하던 대규모 인원정리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조합원 가입추세가 폭발적이었던 것도 사실은 직원들 모두가 대신증권이 2010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사업다각화 속에서 생존권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2010년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의 장남인 양홍석 그룹 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오면서 문어발 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부동산을 사들이고 저축은행·우리F&I를 인수했다. 대신 본업인 증권업은 차례차례 축소해 갔다. 2012년 초반 116개나 되던 지점은 현재 55개로 반토막 났다.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는 영업점을 줄이면서 발생한 초과 인력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정리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이 지부장은 "대신증권이 영업점을 축소하고 2011년 론칭한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 '크레온'를 키우는 것도 본업 축소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되돌아보니 사업다각화와 본업 축소,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가 오너 일가의 밑그림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 속에서 직원들은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죠. 노조를 만든 이유도 직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노조 설립이라는 '어퍼컷'을 제대로 맞은 회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교섭은 둘째치고 표적감사 의혹과 고소·고발, 징계 문제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임금·단체교섭은 33차례 협상을 벌였는데도 진척이 없다.

회사는 대신증권지부 설립 이틀 뒤 만들어진 기업노조인 대신증권노조와는 지난해 말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했다. 그러면서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만 무쟁의 타결 격려금 150만원과 경영목표달성 및 성과향상 격려금 150만원을 안겼다.

"최근 회사가 공문에 '대신증권지부 이남현' 대신 '청담지점 차장 이남현'으로 표기해 보내고 있습니다. 아예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죠."

경영진과 직원 보수격차 18배

이 지부장은 이어룡 회장이 올해 1분기 보수로 9억100만원을 받아 가자 5월 이후 나재철 대표이사 앞으로 공문을 7차례 보냈다. 이 회장이 대신증권 성과향상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답변 대신 "사내문란 행위로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맞섰다.

그런 가운데 이 회장의 2분기 성과보수가 1분기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인 3억4천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노조 눈치를 봤는지 어땠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회장은 아마 화가 많이 났을 겁니다.(웃음)"

이 지부장은 "이어룡 회장이 대신증권 수익이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면 10억원을 받든, 100억원을 받든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반문한 뒤 "경영진이 노력한 만큼 직원들이 기여한 부분도 있을 텐데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배려를 안 한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대신증권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등기임원 1인당 평균보수는 6억8천700만원이다. 반면 직원들의 평균보수는 3천900만원에 불과하다. 임직원 간 평균보수 격차가 17.6배나 된다.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대신증권의 실력 있는 인재들이 자꾸 이탈하고 있다는 겁니다. 업무강도 강하지, 급여수준 낮지, 노조탄압 극심하지…. 대신증권이 처해 있는 상황을 오너들만 모르쇠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답답할 따름이죠."

이 지부장은 "경영의 근간은 사람"이라며 "직원들을 언제라도 교체가능한 물건으로 보는 경영철학부터 바꾸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야 대신증권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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