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달 기자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의 교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전국 지하철에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심지어 무인운영으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원준(45·사진) 전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그는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이었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도 대구광역시지하철공사(현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바뀌지 않았다. 2005년 개통을 목표로 2호선 운영계획을 세우면서 민간위탁과 용역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대적인 인력감축도 예고했다. 공사 계획은 노조의 사상 첫 파업을 불렀다. 부산과 인천에서도 안전한 지하철을 요구하는 공동파업이 진행됐다. 2004년에는 88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원준 전 위원장은 연임을 하면서 2005년까지 세 번의 파업을 지휘했다. 파업으로 인해 2005년 9월 그를 비롯한 13명의 간부가 해고됐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0일 대구시 달서구 본지 영남본부에서 다음달 29일로 해고된 지 만 10년째를 맞는 이 전 위원장을 만났다.

- 2003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참사를 겪었다. 2004년에는 안전한 지하철을 요구하며 88일 파업을 벌였는데. 그 뒤 지하철 환경은 어떻게 바뀌었나.

“2003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 참사는 대중교통에서 안전보다 비용절감을 우선시한 결과로 발생했다. 어쩌면 필연적인 사고였다. 사망 192명, 부상 151명이라는 엄청난 희생 앞에 노동조합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시민안전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전 조합원이 한목소리를 낸 덕에 2003년에는 안전시설 확충 등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참사 이듬해인 2004년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는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민간위탁을 담은 2호선 운영계획을 마련했다. 참사를 겪은 도시에서 시민안전을 외면한 대구시와 공사에 맞서는 것은 노조의 당연한 책무였다.

대구지하철노조는 국내 공기업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노동조건만이 아닌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벌인 정당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참사의 교훈은 온데간데없이 대구를 비롯한 전국 지하철에서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가 이뤄지고 있다. 무인운영까지 도입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 해고된 지 10년이 돼 간다. 해고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장기투쟁 과정에서 대구시와 공사는 무차별적인 고소·고발과 징계를 남발했다. 무려 1억원이 넘는 벌금이 부과됐고, 수십명이 징계를 당했다. 이로 인해 13명이 해고됐다. 해고자들은 지난 10여년간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현장에서 활동했다. 소식지를 발행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도 개최한다. 1인 시위와 집회·천막농성·도보 투쟁을 하며 싸우고 있다. 2011년에는 노조가 두 개로 분열되는 아픔을 겪으면서 생계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국 궤도노동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지원해 주기도 했다. 2012년에는 해고자 중 서장완 동지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지난해와 올해 해고자 8명이 복직됐다. 나를 포함한 해고자 4명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 대구시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대구시는 노동을 경제의 일부분으로 보고 있다. 경제에 종속시켜 노동정책을 세우다 보니 제대로 된 노동행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하다. 서울·부산·인천 등 전국의 모든 지하철에서 해고자가 전원 복직했는데도 유일하게 대구에서만 아직 해고자가 남아 있는 현실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 앞으로 활동계획은.

“아직 복직하지 못한 4명의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복직자들의 처우도 원상회복하지 못했다. 이들이 겪는 각종 불이익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현장 조합원들과 소통하며 다시 부지런히 현장을 일궈 나갈 계획이다. 현장의 다양한 요구에 걸맞은 활동을 해 나가면 노동조합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복수노조를 하나로 통합하는 사업과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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