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정부의 거듭된 압박이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에 부정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여당이 노사정위 복귀 반대의견을 표명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과격분자"로 몰아세운 데다, 지도부 리더십까지 거론한 탓에 한국노총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과 정부가 사실상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정부·여당과 한국노총 내부 노사정위 복귀 반대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가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보란 듯이' 일반해고·취업규칙 논의한 산자부

23일까지 정부·여당 주요 인사가 내놓은 발언을 되짚어 보면 마치 같은 각본인 것처럼 대사가 일치한다. 이들이 펼친 핵심 논리는 “청년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10%의 노조원들 때문에 90%의 근로자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조합원을 소수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여 마치 여권이 나머지 다수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프레임을 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에 대한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사정위 복귀에 반대한 한국노총 조합원을 “과격분자·슈퍼갑 행태”라고 표현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아적 행동”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한국노총 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 노사정위 복귀를 거부하면 노동시장 개혁을 강행하겠다고 압박한 것도 비슷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술 더 떴다. 산자부는 이달 20일 전경련·대한상의·한국경총과 삼성·현대차·롯데 등 10대 기업 임원들을 모아 놓고 보란 듯이 업무 부적응자 근로계약 해지 기준 마련(일반해고 지침)과 임금피크제(취업규칙 가이드라인)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한 기업 임원은 “소수세력에 휘둘리며 리더십 부재를 드러낸 한국노총의 복귀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청년 대표 등 실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나친 망발, 협박 중단하라”

정부·여당의 이러한 수위 높은 압박은 오히려 한국노총 내부 반발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의견이 같든, 다르든 한국노총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지도부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이들을 폄하하는 정부·여당의 지나친 망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노사정위 복귀 여부는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밖에서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맞섰다.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은 지난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화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는 정권과 정치인에게는 심판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노조도 같은날 낸 성명에서 “정부·여당은 노사정위 복귀 협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비난 수위를 보면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며 “노동시장 개악안 강행을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듯하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한국노총 소속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대로는 노사정위에 복귀할 수 없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며 “한편에서는 정부·여당이 조금만 더 비난 수위를 높이면 그만큼 복귀하지 않을 명분이 쌓이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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