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올해로 입사 30년차인데 병원으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어요. 한 사람의 일상을 파괴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폭력인지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인천 부평구 인천성모병원 인근에서 만난 홍명옥(52)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의 말이다. 홍 지부장은 병원측의 집단괴롭힘으로 3개월 치료가 필요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을 냈다. 그러나 병원측은 그 직후 사내게시판과 전산망에 "홍○○ 간호사가 허위사실 유포로 병원 해사 행위를 하고 있다"며 징계를 예고했다. 그는 노조와 함께 병원과 병원 운영 주체인 천주교 인천교구에 수익 위주 경영이 인권침해와 노조탄압으로 이어졌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일상이 파괴됐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출근도 못하고 관리자들과 마주치는 것도 솔직히 힘든데, 매번 병원 소식을 접하고 대응해야 하니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더라. 병원측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을 인정 못 한다며 무단결근 경고장과 징계위원회 개최예정서를 등기우편으로 계속 보내고 있다. 가족들과 즐겁게 지낼 수도 없었다. 대학생 아이가 둘 있다. 아이들이 병원의 인권침해 자료들을 정리하는 걸 도와주면서 같이 펑펑 울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해 온 큰애가 얼마 전에는 '집이 이런데 가지 말까'라며 고민하더라. 오래 준비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을 텐데, (엄마로서) 속상하다."

- 2012년과 2013년에도 같은 식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2012년 총선 당일 병원이 정상근무를 명령했다. 민주노총의 총선 투표권 침해 사업장 실태조사에서도 인천성모병원이 병원 중 유일했다.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소식지를 냈다. 그랬더니 이틀 동안 네 차례에 걸쳐 관리자 여러 명이 나를 둘러싸고 고함을 지르고 압박했다. 2013년에는 임금·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그랬다. 그동안 병원과 임금인상 합의서를 쓴 적이 없다. 병원은 4년째 임금을 동결시켰고, 매년 1월1일에 임의대로 임금을 정했다. 단협은 늘 개악됐다. 아침 일찍 친절교육을 한다며 불러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를 하라고 시키고 길거리로 내보내 병원 홍보물을 뿌리게 하면서 수당도 안 줬다. 휴가도 마음대로 못 썼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것도 요구했다. 그랬더니 또 며칠 동안 그런 일을 당했다."

- 병원측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경영진의 돈벌이 경영이 근본 원인이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2005년 말 병원을 인수한 뒤 직원들은 더 많은 환자를 끌어오고, 더 많은 검사를 권유할 것을 강요당했다. 경영실적대로 의사들 점수를 매겨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줬다. 매일 실적목표를 전산시스템에 공지했다. 반면 그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가만두지 않았다. 조합원들을 일대일로 면담하면서 노조 탈퇴를 유도하고, 유인물도 못 받게 했다. 입바른 소리를 했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보직해임되고 일이 없는 부서로 좌천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2013년에만 보직해임 사례가 10건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사유를 모른다. 내가 집단괴롭힘을 당할 때 ‘너무하시는 것 아니냐’고 한마디 했던 간호사가 그 직후 힘든 3교대 근무지로 배치되기도 했다. 경영진은 무소불위가 됐고 직원들은 죽어 지내게 됐다. 행정부원장이 병원 순회를 하는데 응대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부서장을 불러서 ‘얘 당장 치워’라고 하는 정도다."

-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한 것으로 안다. 버티기 어렵지 않나.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왜 다들 가만 있느냐고 묻더라. 근본적인 질문이다. 내는 무슨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사회가 점점 무도해진다면 그에 열심히 맞서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살아왔을 뿐인데 그걸 짓밟고 그렇게 고스란히 당하는 건 너무 비참한 일이다. 누군가는 이곳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 안 싸우면 누가 이런 불합리로 싸인 벽에 흠집을 내겠나. 조현아가 땅콩 하나로 무너졌듯 여기서도 땅콩이 분명 있을 거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이 같은 경영진 전횡의 원인이 된 돈벌이 경영정책을 폐기하고 인권 유린에 사과해야 한다. 가해자는 처벌하고 경영진이 퇴진해야 한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결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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