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주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스포츠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규칙을 위반하는 등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해당 선수는 스포츠 경기를 치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런데 노사관계는 다르다. 사용자는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징계라는 제2, 제3의 불이익을 가할 수 있다.

생활체육회는 수백억원의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전국 단위 조직이다. 생활체육회에는 생활체육지도자들이 고용돼 있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테니스나 에어로빅 같은 생활체육을 지도하고 급여를 받는 노동자다. 급여 수준은 낮다.

시·군·구 생활체육회는 비영리단체다. 해당 생활체육회 집행부가 어떠한가에 따라 생활체육 지도나 수업, 지도자 관리 등의 양상이 달라진다. 문제가 된 ○○생활체육회에서는 생활체육지도사에 대한 차별행위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집행부들은 특정 지도자에게만 지나친 편의를 보장했다. 그러던 중 집행부가 하지도 않은 수업을 한 것처럼 꾸며 정부 보조금을 받은 사건이 알려졌다. 그동안 집행부로부터 차별을 받은 생활체육지도자들이 주축이 돼 집행부와 관련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생활체육회는 비리사실을 고발한 4명의 생활체육지도사를 해고하거나 징계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처분을 받은 집행부에 대해서는 어떤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와 부당징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지노위 판정이 나온 뒤에도 ○○생활체육회는 징계해고된 노동자들을 6개월 이상 복직시키지 않았다. 그러다 중노위 판정이 나자 해고자들을 복직시켰는데, 복직 직후 자택 대기발령을 냈다. ○○생활체육회는 또 “근무성적 평점이 70점이 안 된다”며 해고자들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2차 해고를 단행했다. 당시 노동자들이 받은 근무성적 평점은 100점 만점에 38~52점이었다. 비리행위로 벌금형 처분을 받은 직원조차 모두 재계약이 됐는데, 비리행위를 고발한 노동자들만 근무점수를 이유로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군·구 생활체육회에서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해당 생활체육지도사들은 광역단위 생활체육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사건의 노동자들 역시 이런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해당 노동자들은 결국 지노위에 재차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이들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근무성적평정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생활체육회의 해고·재해고 사건을 보면 생활체육회가 노동관계에 대한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의 권한 남용이 사건을 키웠다. 상급기관인 광역단위 생활체육회도 ○○생활체육회가 보조금을 위법하게 청구·수령해 처벌까지 받았는데도 ○○생활체육회를 지도하거나 감독하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한 노동자들의 시위를 막거나 해당 노동자들에게 형사고발 사건에 대한 탄원서를 쓰라고 강요하는 것에만 관심을 쏟았다.

감시도 감독도 없는 조직에서 누군가 권한을 사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결국 약자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생활체육회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스포츠 4대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서는 스포츠 관련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