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단체협약에 없어서도, 중소사업장이라서도, 노조가 없어서도, 정규직이 아니라서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래서’라고 광복 70년 기념 임시공휴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정한 8월14일에 쉴 수가 없다는 뉴스를 나는 읽었다. 한국노총의 조사 결과에 따라 작성한 기사였다. 너무 급작스러워서 준비가 되지 않아서라고, 법으로 휴일로 정하지 않아서라고 소속 조합원들이 답을 했다고 조사됐다고 한국노총 조사 결과에 따라 보도했다.

임시공휴일을 며칠 앞둔 지난 11일 한국노총은 정부가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한국노총 조합원 중 65.6%만 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54%가 휴무를 실시하지 않아 휴무 사업장보다 많았고, 51∼100인 사업장에서는 63.6%가 휴무, 101∼300인 사업장에서는 72.7%가 휴무, 301인 이상에서는 69%가 휴무한다”며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임시휴무 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해 발표했다.

확실히 50명 이하 사업장이 301명 이상 사업장보다 더 많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이지만 쉬지 못하는 이유로는 임시공휴일을 너무 급작스럽게 발표해서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47.4%)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상 휴일이 아니라서(46.0%)라고 답했다”고 발표됐다. 급작스럽게 임시공휴일로 정해진 것이라도 법이나 협약에서 임시공휴일을 휴일로 정해 놓고 있다면 쉬지 못할 이유가 없을 테니 결국 법이나 협약에서 휴일로 정해 놓지 않아서라고 답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처럼 한국노총이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른 보도 말고도 임시공휴일은 비정규직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이것이 지난 14일 임시공휴일을 휴일로 쉬는지에 관해서 이 나라에서 벌어졌던 문제였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노조와 언론은 중소·영세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는 대기업과 정규직에 비해 휴일에서도 차별받고 있다고, 법으로 모든 노동자가 쉬는 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니 임시공휴일을 휴일로 정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쉴 수 있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분명해졌다.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휴일로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이 아니라도 협약으로라도 휴일로 정하도록 해야 할 일인 거였다.

2. 그러나 아니다. 단체협약·취업규칙에 임시공휴일을 휴일로 정하고 있지 않아서 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단체협약에서 휴일이라고 정하고 있어도 쉬지 않고 일한다.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중소사업장이 아니라 그보다 우월하다는 대기업 사업장이라고 해서 휴일로 쉬는 것도 아니다. 노조가 있어도 휴일은 특근날일 뿐이다.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지급받는 근무일일 뿐이다. 이 나라에서는 정규직이라서 대통령이 광복 70년을 기념해서 정한 임시공휴일에 쉬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겠다. 나는 정규직이라서, 노조가 있어서, 단협에 있어서, 대공장이라서 공휴일이라고 쉴 수 있는 나라였다면 차라리 좋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는 그날이 휴일로 인정되느냐, 아니냐로만 다르다. 휴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해서 쉬는 날은 아니다. 그러니 너무 급작스럽게 지정돼서 미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휴일로 정하지 못해서도, 공휴일을 휴일로 하도록 법을 개정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휴일로 정해 놓았다고 해 봐야 휴일수당을 덤으로 받고서 일하는 날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나라에서는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대로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그들은 임시공휴일에 광복 70년을 기념해서 쉰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정규직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단체협약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때문은 아니다. 노동조합이나 단체협약이 아니라 대개 이 나라에서는 현장 기능직이냐, 아니냐로 그것을 가른다. 예전에는 대졸 사원이냐, 아니냐로 갈렸다. 주 5일제로 주 40시간이 자신의 노동시간인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는 이 나라에서는 대기업 정규직이냐 아니냐,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렇게 유치하게 노동자의 신분을 구분해 왔다. 이것은 사용자 자본이 분별해 온 이 나라에서 노동자 신분이었다.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에도 계속돼 온 노동자 차별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 나라 노동운동사는 대공장 정규직노조의 투쟁을 빼놓고는 쓸 수 없다. 특히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사는 더욱 그렇다. 분명히 30년 가까이 투쟁으로 달려왔건만 아니다. 노동자투쟁은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권리를 제외하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니 해마다 임단투로 빠짐없이 노동자권리를 위해 달려왔던 것인데도 이상하게 우리는 아니다. 휴일에 쉰다는 것은 이 나라에서 노조가 쟁취한 권리가 아니다. 휴일에 특근해서 초과수당을 덤으로 챙기도록 한 것이 노조의 일이었다. 이 나라에서 자본과 권력이 툭하면 침 뱉어 대며 비난하는 ‘노동귀족’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노조의 정규직 조합원이 이렇다. 이건 뭔가.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아직도 노동시간단축을, 주 40시간 노동제를 노동자권리로 주장해서 쟁취해 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기껏해야 법정수당을 덤으로 받을 기준시간 단축을 위해 투쟁해서 잔업·특근수당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3. 권력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칼춤 앞에서 이 나라 노조운동은 다시 노동시장단축을 말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일자리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중심은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야말로 일자리를 창출해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재직 중인 늙은 노동자의 임금삭감이 일자리 대책이라고 말하고 권력은 오늘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늙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는 없다. 기껏해야 정년연장으로 감축될 신규일자리를 다소 줄여 보겠다는 미봉책일 뿐이다. 일자리 대책은 사용자 자본에게 대규모 신규투자를 하도록 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면, 종전의 일자리를 나누는 것 말고는 없다. 사용자 자본에게 투자를 강제할 의지가 없으니, 방법은 종전의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일자리 대책일 텐데, 그것은 노동시간단축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장시간 노동 실태와 과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2011년 12월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단축(Ⅰ)(Ⅱ)-장시간 노동 실태와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를 이용해 34개 국가를 대상으로 2000~2010년 사이에 국가별 연간노동시간과 고용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간 노동시간이 100시간 감소하면 고용률이 약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적용하면 2010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인 2천193시간을 OECD 평균 연간 노동시간인 1천749시간으로 줄일 경우에는 고용률이 8.0%나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2010년 현재 63.3%인 고용률이 71.3%가 돼 약 190만6천명의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좀 더 단순하게 2010년 현재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을 2천193시간에서 1천749시간으로 444시간 줄이는 경우 그 자리를 신규일자리로 채우게 된다면 청년일자리든 고령자일자리든 이 나라에서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고도 남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다행히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대상으로 삼았던 2010년과 이 나라 장시간 노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보고서에서 분석한 대로 그저 OECD 평균 수준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도 이 나라에서 일자리 대책이 된다. OECD 평균 연간 노동시간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근로기준법이 정한 대로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연차휴가, 근로자의 날 등 휴가와 공휴일에 쉬고서 일하면 이 나라 노동자들이 하게 되는 연간 노동시간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법대로면 충분한 것이니 이보다 더 쉬운 일자리 대책은 없다.

4.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나라에서 노동시간단축은 노조운동사밖에 있었다. 분명히 이 나라에서도 노동운동은 구조조정 등 고용문제가 심각해지면 노동시간단축을 외쳤다. 2003년 주 40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근로기준법은 그런 노조운동의 투쟁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뿐이었다. 근로기준법에서 법정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단축된 것 말고는 없었다. 실제로 그에 따라 주 40시간으로 단축돼서 일하는 노동자는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했던 금속노조 등의 조합원인 그들이 아니었다.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했던 그들은 잔업·특근수당을 덤으로 더 받는 것에 그쳤다. 시간외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이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단축된 것에 불과했다.

이제 임금피크제 등 권력의 노동개혁 광풍이 몰아치니 오늘 다시 노조운동은 노동시간단축을 말하고 있다. 진정으로 노동시간단축을 바란다면 주 40시간 노동제를 노조마다, 사업장마다 관철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것을 가로막을 법도 없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노동조합의 의지와 행동만으로 충분하다. 법대로 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지금 이 나라에서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한 사용자 자본과 권력을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 할 노조의 일이다. 쉴 자리가 일할 자리가 되지 않아야 노동시간단축에서 일자리가 나온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