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

대상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

원고 : 오○○ 외 21명

피고 : ○○은행

[판결요지]
○○은행은 용역업체와 운전기사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터잡아 용역업체는 은행에 운전기사를 파견해 근무하도록 했다. 그러나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이 사건 용역업체와 피고가 체결한 도급계약 형태의 용역계약에 따라 피고의 용역업무를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이 사건 용역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돼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사건의 개요]
 
○○은행은 용역업체와 운전기사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용역업체는 그 소속 운전기사를 파견해 은행 임원들의 승용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은행은 파견기간 2년을 경과해 용역업체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했고, 용역업체는 원고들을 모두 해고했다. 그런데 ① 운전기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 은행 임원들이나 인사담당자가 용역업체에 우선해 면접을 봤고, 운전기사들의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 또는 변경에 관한 일반적인 권한을 은행이 가지고 있었다. ② 은행은 용역업체나 현장대리인을 통해 원고들이 수행할 업무내용을 전달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용역업체의 현장대리인은 원고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거의 하지 않았다. ③ 은행은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원고들에게 직접 운행구간·운행시간·근무내용 등을 결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했고, 운행실적·교통사고 발생 여부 등을 직접 보고받았다. ④ 원고들은 피고 소속 무기계약직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하나의 운전인력 단위로서 은행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 ⑤ 은행이 운전업무 수행에 필요한 차량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을 부담했고, 사무실과 사무집기까지 무상으로 제공한 반면 이 사건 용역업체는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고유기술이나 설비·자본 등을 투입한 바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은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에 기하여 은행을 상대로 직접 고용의무를 청구할 권리가 있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제6조의2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때로부터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때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상당액이라 할 것이다. 원고들의 청구원인이 임금청구가 아니라 손해배상청구이므로 원고들의 중간수입금 공제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이 적용돼 평균임금의 30%만 공제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수입금 전액이 공제돼야 한다.

[판결의 의의]
그동안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하급심에서도 유사한 판결들이 있었으나, 제조업이 아닌 운전직에서 파견법의 법리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다. 서울고등법원은 문화방송에 파견된 운전기사들의 경우에는 현장대리인의 역할 등에 비춰 실질적으로 도급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현장대리인이 거의 역할을 한 것이 없다고 봤다. 운전업무의 특성상 파견업체에서 보낸 현장대리인의 역할이 파견과 도급의 인정 여부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고기간 중의 중간수입금 공제부분에서 평균임금의 30%가 아닌 전액을 공제한 것은 명백히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대법원 1996. 4. 23. 선고 94다44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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