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조선산업을 호령하던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동반적자를 기록할 전망인 가운데 이들 업체의 저숙련 사내하청 인력운용 관행이 손실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속노조는 10일 ‘조선산업 고용구조 개선 필요성 및 방향’ 이슈페이퍼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4조7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적자 흐름이 이어져 이들 업체의 연간 손실규모가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3사의 실적 부진은 해양플랜트 부문 적자에서 비롯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사들이 컨테이너선·벌크선 같은 상선 발주를 크게 줄이자, 국내 조선소들은 일감 확보를 위해 제 살 깎기 식 과당경쟁을 벌이며 저가수주에 나섰다. 결국 수주 경험이 많지 않은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낮은 가격으로 뛰어든 것이 부메랑이 됐다. 경험 미숙에 따른 잦은 설계변경과 기술·노동력 부족에 의한 인도지연 문제가 겹치면서 손실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노조는 “손실의 원인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에 투입된 생산인력의 90% 이상이 사내하청이었다는 점도 함께 지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 업체는 공정이 까다로운 해양플랜트 작업경험이 부족하고 숙련도가 낮은 사내하청을 투입하거나, 작업경험이 없는 불법 다단계 인력으로 구성된 ‘물량팀’ 비중을 늘려 왔다. 그 결과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지고, 작업기간이 늘어나거나 관리비용이 증가하는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최근 “경험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대거 건조하면서 설계와 공정 오류가 많아 예산이 크게 늘었고,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했으나 미숙련 작업자의 낮은 생산성이 원가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용을 절감하려다 생산성 하락의 덫에 결렸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호황과 불황의 기복이 큰 조선산업 특성상 사내하청 활용으로 노동력 수요변화에 대응하고 △저임금 지불과 고용관계 책임회피를 통해 노동비용을 절감하며 △정규직과 사내하청 사이에 격차를 유지함으로써 노조를 약화시키고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저해하려는 목적으로 사내하청 비중을 늘렸다.

노조는 “국내 업체들이 노조의 현장권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내하청 활용을 확대한 측면이 크다”며 “조선업종 미래 전략산업인 해양플랜트는 물론 상선부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고급 기능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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