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끝 모르게 치솟고 있는 청년실업률을 잡겠다며 청년고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교육과 보건·보육을 비롯한 공공분야에서 4만개를, 민간부문에서 1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다. 그러나 교사 명예퇴직을 확산해 청년을 고용한다든지,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늘린다든지 실효성에 의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민간부문 일자리도 인턴이나 임금피크제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같은 기존 대책을 붙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청년고용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대책 없는 정부 청년 고용대책, 빈 수레만 요란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정부가 발표한 청년고용 종합대책에 대해서는 "대책 없는 고용대책,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은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지향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방안 중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준에 부합하고 고용창출 성과지표가 분명하며 관련 실행방안을 명시하고 있는 신규채용은 4천명에 불과하다. 신규고용 목표의 2%다. 그마저도 기존 고용인원(교원)의 명예퇴직 수용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 대다수는 불안정한 일자리다.

청년인턴·직업훈련·일학습병행제가 전체의 62.5%(12만5천명)에 해당하는데 민간 노동시장으로의 '더 좋은 이행'이 보장되지 않은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출구 없는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결국 '취업자수'로 단순 합산되는 불안정 일자리·직업훈련 프로그램들의 일시적 증가를 통해 임기 내 양적인 성과지표를 단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책이고, 이미 심각하게 문제가 제기된 사업들을 짜깁기 편집해 모아 둔 정책이다.

청년고용 문제는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질'에 관한 문제다. 전체 고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저임금·불안정·주변부 노동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청년고용대책의 근간을 이뤄야 한다. 중소기업 일자리도 '선택 가능한' 일자리가 돼야 한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등을 통해 주변부의 노동조건을 끌어올려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의 폭을 늘리고, 땀 흘려 일한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누리고 삶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중간지대'를 튼튼히 세우는 것이 진정한 청년고용 대책이다.

경제 활성화 통한 기업 고용여력 확충이 해법 

▲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청년층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계층 간 양극화 같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 역시 청년 일자리 창출 부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노사정 모두가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청년고용에 나서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은 청년들의 구직 기피현상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을 고용하고 싶은 기업조차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경우 정년 60세 의무화를 비롯해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과 노조의 기득권 유지 등으로 인해 신규고용 창출에 대한 부담이 크다.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앞장서 청년고용의 장애요인들을 해소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활동을 촉진하고,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확산시켜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 또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발굴과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 중소기업 경영여건 개선 필요 

▲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정부가 발표한 청년고용 종합대책은 실효성 없는 하나마나한 대책이다. 되레 청년 비정규직만 양산해 내는 대책이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나 청년인턴제 확대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책으로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군다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장기근속자들의 임금을 깎고 이를 재원으로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일자리 정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지경이다.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10조원으로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라 돈이 있어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안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고령자 임금을 깎아 본들 기업들이 청년고용을 창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부모 세대들의 구매력을 줄여 내수를 위축시키는 나쁜 효과만 낼 것이다.

일자리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만들어 낸다. 따라서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근무환경과 노동조건이 열악해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근절시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근로조건을 바꿔야 한다. 학력 간 임금차별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대졸·전문대졸·고졸 간 임금격차가 크기 때문에 너도 나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며 이것이 일자리 미스매치와 청년실업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 학력 간 차별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실근로시간을 단축해 청년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노동시간 상한선을 지금처럼 주 52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 청년고용할당제를 5%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무능한 정부, 좋은 일자리 없애고 나쁜 일자리만 늘린다 

▲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 청년고용 대책의 정치적 속셈부터 밝혀 주자. 이번 대책은 갑작스레 나왔다. 그러니 새로운 구조적 전략을 담기보다는 취업교육과 알선 등 기존에 산발적으로 실시되던 부차적 지원방안을 새삼스레 모아 놓았으며, 다른 한 축으로는 노동시장 개악 방안들을 끼워 넣은 잡탕정책이다. 심지어 파견 확대와 의료민영화·대학구조조정 정책까지 청년고용 대책으로 넣었다. 다시 말해 청년고용 증대 방안이 아니라, 노동시장 개악을 밀어붙이기에 앞선 정치선전 프레임인 것이다. 즉 노동시장 개악 정책을 왜곡해 청년실업 해소 대책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 놀라운 마술로 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데, 되레 20만개의 좋은 일자리만 더 사라질지도 모른다. 백보 양보해 정부의 호객 알선행위로 2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쳐도, 좋아할 일일까.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는 인턴·시간제·직업훈련 등이 상당수로 정규직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일시적 일자리는 경기변화에 매우 민감해 여전히 불안정하고 임금도 낮으며,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게다가 이런 나쁜 일자리가 청년층 고용구조로 고착돼, 청년들은 더욱 더 저임금 세대로 굳어질 위험도 적지 않다. 그러니 청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강조하건대 일자리는 기업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자리는 대내외 수요 등 거시경제 여건에 반응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성장과 양극화 등 거시경제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는 정부일수록 작위적인 일자리 정책에 매달리고 노동을 쥐어짜는 일에만 혈안이 된다. 박근혜 정부가 그렇다.

세대 갈등 조장하고 기업지원에만 초점 맞춰 

▲ 이용기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

정부 청년고용 대책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기업지원 명분만을 찾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정부는 교육부문에서 명예퇴직을 확대해 신규인력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50대 중후반이 정년퇴직 한 이후 뽑아야 할 인력을 조금 앞당겨 뽑겠다는 것이다. 이는 나이가 있는 정규직을 공격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세대 갈등을 유발시키면서 연배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려 한다. 게다가 이로 인해 창출하려는 일자리는 시간선택제다. 안정적 일자리를 없애고 불안정 고용을 확대하려는 정책인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온다. 임금피크제와 인턴제 등을 통해 기업에 저임금 노동자 고용 통로를 마련해 주고, 여기에 덧붙여 세제·재정을 지원해 이중혜택을 주려 한다. 정부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직접적으로 도우려고 발 벗고 나섰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에 총선이 두렵지 않은 것 같다. 일사불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정규직과 노조를 공격하면 보수가 결집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으리라.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지금 정부 대책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노동자들뿐이다. 정부대책의 본질을 파악하고, 교사·예비교사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하반기 단호한 투쟁으로 시간선택제와 임금피크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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