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서 화물연대 울산지부장과 신기맹 CJ대한통운 택배분회 부분회장이 3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0미터 높이 광고탑에 올라 손배가압류 철회와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정기훈 기자

울산 화물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중순 한 차례 고공농성을 벌였던 노동자들이 2차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대화를 하기로 사측이 약속해 1차 농성을 풀었지만 이후 단 한 차례도 정식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CJ대한통운 측에 대화를 요구했다.

울산지부 노동자 2명, 30일 새벽부터 서울서 고공농성

30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이준서 본부 울산지부장과 신기맹 지부 CJ대한통운택배분회 부분회장이 이날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올림픽대로 진입로 부근, 노량진시장 맞은편 30미터 광고탑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울산 화물노동자와 CJ대한통운과의 갈등은 201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J대한통운택배분회는 사측과 금전적 페널티제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확약서를 작성했다. 금전적 페널티는 택배물 분실·반품시 화물노동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제도다. 그런데 페널티제는 지난해부터 다시 부활했다.

사측이 대리점 체계를 도입하려 했던 것도 앙금을 키웠다. 분회는 CJ대한통운 출범 전 대한통운 소속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있다. 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사측이 직접 계약을 하는 제도를 운용했다. CJ대한통운이 출범한 뒤에도 유지되고 있다. 올해 초 회사는 대리점 소장과 화물노동자가 운송계약을 맺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했다. 분회는 "대리점 소장과 화물노동자가 수수료를 나눠 먹게 되면 임금이 하락하게 된다"며 반발했다.

지난달 8일부터 파업 … 90여명 해고돼 갈등 고조

결국 분회는 페널티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배송운송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를 이유로 이준서 지부장과 백상식 지부 CJ대한통운택배분회장 등에게 31억여원에 달하는 손배 가압류를 법원에 청구했다. 분회 조합원 90여명의 업무코드(집화코드)를 삭제하고 대체차량을 투입하기도 했다. 사실상 분회 조합원을 해고한 셈이다. 대체차량 투입에 항의한 백 분회장은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된 상태다.

한 때 양측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달 13일 백 분회장과 배찬민 조합원은 사측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서울 영등포구 서울교 인근 광고탑에 올랐다. 고공농성 사흘째인 15일 노사 양측은 손배 가압류를 철회하고 계약해지를 2명 이하로 최소화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경찰이 양측 물밑접촉 과정에 중재를 섰다. 합의 당일 두 명은 농성을 해제했다.

"사측, 2명 해고해야 대화 가능하다고 제안 … 조건 없는 원직복직까지 투쟁"

그런데 농성 해제 후에도 양측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지부 관계자는 "경찰 중재로 이달 16~17일 접촉을 가졌지만 사측은 백 분회장을 포함한 2명의 해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손배 가압류 철회는 물론 정식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며 "1차 고공농성 당시 합의에 따라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을 요구했는데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화물노동자들이 2차 고공농성에 돌입한 이유다.

이날 광고탑에 오른 이준서 지부장은 "해고를 수용해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사측의 입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건 없는 원직복직과 손배 가압류 철회를 약속할 때까지 이 곳에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대화 도중 지부가 농성을 시작해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와 대화를 진행하고 있고 일부분 의견 접근이 된 내용도 있는데 갑자기 농성을 시작해 당황스럽다"며 "노조와 접촉해 대화를 하는 등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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