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노동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노동개혁의 목적은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울어진 노동과 자본의 관계, 주류 노동과 주변부 노동의 격차를 해소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은 항상 ‘노동 내, 세대 간 격차’를 언급하며 정치공학적인 대기업 정규직 때리기만 할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당의 노동부분을 대표하는 이용득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난하며 “노동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핵심은 노사 자율”임을 강조했다. 이 역시 정답이 아니다. 노동조합조직률이 극도로 낮은 현실에서 노사자율은 곧 ‘사장님 마음대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느니, 연공서열식 임금구조로 임금피크제가 절실하다느니 하는 얘기는 14%에 불과한 대규모 사업장 직장인 중에서도 강력한 노동조합의 보호와 환갑 때까지 연공급이 보장된 극히 일부만 해당된다. 그렇기에 노동개혁의 목적이 진정 주변부 노동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거라면 절대다수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부당한 처우, 쥐 꼬리만한 월급, 언제 어떻게 망할지 모르는 회사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하는 이유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업체마다 노조를 만들면 확 좋아지나. 신설 사업체 5년 생존율이 30%도 안 되며 기업의 3분의 1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내는 상황에서 개별 사업주 역시 도긴개긴이라 노동조합이 만병통치약일 수도 없다.

그렇기에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은 노동자에게 ‘밥벌이의 지겨움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여유를 갖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는 것이며 이것이 다수 노동자의 협상력과 권리를 높이는 첩경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보장하는 관대한 고용보험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 경제 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노사 대타협과 산업구조 혁신 조치의 핵심은 노동자에게 살 길과 산업구조 혁신에 맞는 직업교육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망할 기업들은 시장은 물론 ‘노동자의 선택’도 못 받아 망하게 해 산업경쟁력을 높여 양질의 고용을 창출했던 과정이었다.

문제는 더 많은 고용보험기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대안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공무원 교사·직업군인 등 기존 특수직역연금 가입자와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까지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150만명의 공무원 교사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은 대략 월 470만원을 넘는다. 만약 이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한다면 추가되는 고용보험 수입은 약 1조8천190억원이다. 2014년 고용보험 보험료 수입은 7조4천815억원이니 이들의 가입만으로 보험료 수입은 24% 이상 늘어난다. 더군다나 이들의 보험료를 상당부분 부담하는 고용주가 정부이므로 사실상 국고지원을 늘리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 고용보험료 인상이다. 현재 고용보험을 살펴보면 ‘실업급여 보험료’는 노사가 동등하게 0.65%씩 부담하고 있다. 이를 최소한 1%로 올리자. 기업규모별로 다르지만 사측이 전액 부담하는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비’ 역시 적정히 올려 산업구조 혁신에 걸맞은 제대로 된 직업교육과 교육기간 중 생계를 확실히 보장하자. 200만원 받는 직장인이라면 1%로 실업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추가비용은 월 7천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여야 정치권 모두 증세나 보험료 인상 얘기를 국민들에게 먼저 꺼내기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노동계가 앞장서 ‘9급 공무원부터 대통령까지 고용보험 가입’, ‘고용보험료 인상과 제대로 된 실업급여’를 주장하길 바란다. 특히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공무원연금 사수 투쟁을 전개하면서 “공무원은 고용·산재보험도 못 들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공무원연금이 더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기회에 공무원·교사의 동등한 권리보장에 한 발짝 다가설 고용보험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부탁한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국회 역시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낙천·낙선, 선거법 위반 등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처지에서 불안정한 ‘생계’를 위해서라도 노동계의 주장에 화답할 것이다. 만약 실현된다면 국회의원의 밥그릇과 절대 다수 노동자들의 이익이 일치하는 최고의 정책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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