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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임금피크제는 '경제 무능' 정권의 책임 떠넘기기"국회 내 논의기구 구성은 양 노총 지도부 결단 … 노동시장 개혁 위해 여야도 수용해야
▲ 정기훈 기자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행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속셈은 뻔하다. 재벌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 ‘더 쉬운 해고와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노동자·서민은 정부·여당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경기를 부양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 노동계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자 꼼수를 부리고 있다. 정부여당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혈안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노동계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해 주면 정부는 마치 청년고용을 위한 대단한 결실을 거둔 양 포장할 것이다. 반대로 임금피크제 합의에 실패하면 ‘귀족노조’ 운운하며 세대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한 달 넘게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 한상균(53)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이다. 황교안 총리 취임 닷새 만인 지난달 23일 경찰은 노동절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안에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공안탄압을 규탄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행하기 위해 당정청 차원의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데, 노동계 대표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방’에서 전투를 지휘하려니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다”며 “하지만 개혁의 대상이 재벌인지 노동자인지조차 모르는 천지분간 못하는 불의한 정권은 반드시 붕괴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8일 오전 민주노총 농성장에서 한 위원장을 만났다.

"개혁이 필요한 대상은 노동이 아닌 자본"

-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의결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의제를 논의하는 국회 내 논의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논의틀을 제안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은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고 있다. 각 의제가 노동자 삶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게다가 정부는 각종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으로 개악안을 관철하겠다며 국회 입법권까지 무시하고 있다. 상반기 진행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 대화가 결렬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노동자 삶을 무너뜨리고 일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을 대충대충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주노총이 국회 논의틀을 제안한 이유는 이렇다. 사회 양극화로 대변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업 문제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동계를 공격하고 노동자의 양보를 강요하는 식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이중구조를 고착화한 주체가 누구인가. 기업 아닌가. 개혁의 대상은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가 오늘(28일) 노동계의 국회 논의틀 구성 제안을 거부했는데.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이 노사정위 울타리 안에서 노동시장 문제를 다루자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마치 대화국면이 마련된 것처럼 정치적 포석을 깔고 있지만, 그 뒤에선 기존 정부 개악안을 강행하기 위해 당·정·청 차원의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노사정위 논의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지난 노사정위 협상 결렬 이후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노총을 갈라치기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 노동계는 지금의 상황을 전면전으로 받아들인다. 전체 노동계가 강력한 투쟁전선을 갖춰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잘못된 노동개혁을 저지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도 총노동의 총력투쟁이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양대 노총 지도부의 결단이다.”

"새누리당, 청와대 이중대 노릇 언제까지"

-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가 “임금피크제로 자녀에게 일자리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청년고용이라는 의제를 선점해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권 때 대졸자 초임을 깎아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 결과 일자리가 늘었나? 오히려 그 반대였다. 청년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기업이 고용창출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온갖 세제혜택을 받아온 기업은 절감된 비용을 곳간에 쌓아두는 데 급급했다. 겨우 만들어낸다는 일자리도 기간제나 파견·도급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청년고용 부진의 책임을 노동계에 돌리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기업을 유인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간제 사용기한을 늘리고 파견 허용업종을 늘리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수준이다. 오히려 되묻고 싶다. 고령자의 임금을 깎으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나?”

- 청년고용대책으로서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임금피크제 시행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기를 부양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 노동계에 그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노동계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해 주면 정부는 마치 청년고용을 위한 대단한 결실을 거둔 양 포장할 것이다. 반대로 임금피크제 합의에 실패하면 ‘귀족노조’ 운운하며 세대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두 경우 모두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청년 유권자를 공략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노동시장 개악 분쇄, 박근혜 정권 심판"

-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고령자 일자리 대책과 청년고용대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안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투자 없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분명 매우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일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 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와 별개로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해법으로 제시해 왔다. 기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인력을 투입해 생산공백을 메우는 것이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동계 안에서도 이해가 상충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다.”

- 민주노총은 4월24일과 7월15일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벌였다. 앞으로의 투쟁계획이 궁금하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이 개악안 관철을 위한 수순에 돌입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한 상태다.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면적이고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이 저항의 힘은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져 불의한 정권을 심판하는 것으로 표출될 것이다. 대단결의 결단과 분노로 총·대선까지 달려갈 것이다.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개악을 분쇄하고 ‘더 좋은 일자리, 더 많은 일자리, 더 강력한 연대’를 쟁취할 것이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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