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시효가 만료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를 1년 더 연장했다. 1천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이끌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겠다며 지난 22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LTV와 DTI 규제 완화 조치를 다음달 1일부터 1년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업권별로 차등 적용했던 LTV를 70%로, 지역에 따라 50~60%로 형성돼 있던 DTI를 60%로 일괄 적용해 운영해 왔다. 금감원은 "LTV·DTI 규제 완화가 주택시장 정상화 등 국민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보고 연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LTV·DTI 규제 완화로 이전보다 쉽고, 더 많이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말 대비 31조5천억원 증가한 347조8천억원이다. 이 중 LTV가 60%를 초과한 대출은 87조9천억원이다. 1년 사이 27조원 증가했다. 총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의 85%에 달한다. 2013년 말에는 LTV 60% 초과 대출 잔액이 2012년보다 6조원 늘었다. 담보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주택대출이 지난해 규제 완화 효과로 5배나 폭증한 것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영향으로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 22일 내놓은 대책이 바로 변동금리나 일시상환 방식 대출에 대해 대출가능액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직결되는 LTV·DTI 규제 완화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겠다고 하면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게 됐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가계부채 증가폭과 속도를 늦추기 위해 우회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었는데,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직결되는 LTV·DTI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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