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진단을 받은 A씨는 입원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가 위촉한 자문의사도 적정한 입원치료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A씨가 지속적으로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벌이는 이런 사례가 앞으로는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27일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액을 줄이거나 계약 해지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함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보험사에 소송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내부통제 강화대책 추진상황'을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보험사(생명보험 24개사·손해보험 16개사)는 회사에 소송관리위를 설치하고 내부운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금감원은 소송관리위에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나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참여시키도록 했다. 소송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결재권자를 상향하고, 준법감시인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부통제 강화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금감원은 올해 12월까지 소송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부운영기준을 마련하게 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보험사 소송에 제동을 건 이유는 일부 보험사들이 계약자들을 상대로 계약무효확인 소송이나 민사조정을 제기해 보험금 중 일부만 지급하는 합의를 하거나 보험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사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은 총 5천73건으로, 보험금 청구건(3천758만여건) 대비 0.013%에 불과하지만 일부 보험사의 소송 남용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률·약관의 해석, 보험사기 방지 등을 위한 보험사의 정당한 소송제기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합리적 판단 없이 보험금 지급액·지급 횟수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부당한 소송으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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