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일 공인노무사
(현장공인
노무사사무소)

최근 건설업체 원청(원수급인)이 하도급 계약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대한 부담을 하청(하수급인)에게 전가하고, 하청과 재하청업체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재 사각지대 상담이 많아졌다. 물론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산재 성립 전 사고나 미가입 재해는 사업주의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해 산재로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건설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의해 시행되는 경우에는 그 원수급인을 이 법을 적용받는 사업주로 본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단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하수급인을 이 법을 적용받는 사업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렇게 원수급인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시 사업주로 보는 이유는 다단계로 내려갈수록 사업이 영세해 보험관계 성립에 취약하고, 사업주 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미리 법률로서 원수급인에게 고용·산재보험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원청이 하청과 도급시 4대 보험을 하청이 책임지도록 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영세한 사업주가 많아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하수급인까지는 공단의 승인을 얻어 고용보험·산재보험이 성립될 수 있지만, 재하청부터는 4대 보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복잡해지고, 서로 책임을 미루기가 일쑤다.

재하청 사업주의 고충

건설업체 재하청 사업주인 최아무개씨는 자신이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들의 산재보험·고용보험 성립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원청에서 고용·산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고용센터와 근로복지공단의 답변을 들었다. 최씨는 “원청에게 들어 달라고 하라”는 형식적인 공단의 답변에 “을인 하청이 갑에게 보험을 들어 달라고 하다가 하도급 대금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러는 사이에 최씨에게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가 “4대 보험에 가입해 주지 않았다”며 관계기관에 최씨를 고소했다. 재하청 영세사업주 최씨는 해당 공사에 고용한 노동자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킬 방법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해결 방법은 원청(원수급인 책임)이나 하청(공단의 하수급인 인정신청을 통해 인정을 받으면 가능)에서 최씨 소속 노동자들까지 고용보험 일용근로내역 신고와 산재보험 신고를 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최씨가 일방적으로 받은 하도급 계약서에는 최씨가 4대 보험 가입과 납부를 하도록 돼 있다. 최씨는 재하청 사업주로서 법적으로 4대 보험 성립신고를 하지 못한다. 최씨는 어찌해야 하는가. 만일 미가입 기간 동안 최씨 소속 노동자에게 사고가 발생한다면, 원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산재 사고를 숨기려 할 것이고, 하청업체 역시 책임을 재하청업체로 미루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만 피해를 볼 것은 뻔하다.

산재 미가입 하청업체 노동자의 경우

하청사업주에게 현장소장으로 고용된 김아무개씨는 적은 인력과 촉박한 공사기간으로 인한 과로 상태에서 원청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하던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런데 원청도 하청도 해당 공사에 대해 산재보험 성립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원청과 하청은 산재 조력은커녕 과로를 부인하고, 현장소장의 근로자성도 부인했다. 결국 산재는 불승인됐다.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노동자가 동료나 사업주의 조력 없이 과로와 근로자성을 혼자서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건설현장에서 다단계 하청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4대 보험을 제대로 적용받기 위해서는 법 따로 현실 따로여서는 안 된다. 강제가입하도록 하는 사회보험의 취지상 원수급인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행정감독이 더욱 강화돼야 건설현장의 산재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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