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둘러싸 빈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저 무진복은 한여름 땡볕 아래 참으로 별스러웠다. 오늘 참 덥다고, 사람들 인사말이 한결같은 날이었다. 무진복은 애초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춤 한바탕 선보이고 내려오는데 땀 한 바가지를 쏟아야 했다. 시선은 끌었으니 무대복 소임은 해냈다. 먼지 없는 방에는 쉴 틈도 없었다. 교대 근무가 밤낮으로 빡빡하게 돌아갔다. 사람들은 자주 아팠고, 때때로 죽었다. 빈틈없는 무진복 안에서 청춘을 바친 반도체 소녀들이 파업에 나섰다. 18년 만이다. 작업복 훌훌 벗고 떠나는 시원한 휴가를 꿈꾼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맞섰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무대에 올라 땀 흘렸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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