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임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1년, 박원순 시장의 민선 6기 서울시정이 첫 번째 평가의 시간을 맞았다. 16일 노동·시민사회·서울시의회가 공동으로 ‘2015 서울시정 평가포럼’을 열었다. 특별히 별도 세션을 할애해 노동의제 중심의 평가토론이 진행됐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공공운수노조가 주도하고, 서울시의 청년노동·일자리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청년유니온도 동참했다.

서울시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노동정책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한편 올해 4월에는 ‘서울시 노동기본계획’을 수립해 발표하는 등 지방정부 수준에서 ‘노동행정’의 새 길을 열고 있다. 필자는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노동존중 서울’의 빈틈, 세 가지 장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의 노동정책은 2013년 1월에 발표된 '서울특별시-서울청년유니온 청년 일자리 정책협약'에서 시작해 2015년 1월에 시행된 ‘서울특별시 청년 기본 조례’까지를 제도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조례는 시장의 책무로 청년 일자리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청년노동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2013년 9월 10개 기관 및 단체와 함께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을 선언하고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청년유니온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권리장전은 ‘생애 첫 노동’인 청년의 아르바이트 노동이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도록 서울시의 다양한 책무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대대적으로 선언한 수준에 비해 실제 실행된 사업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세부사업인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보호센터’의 경우 해당 노동복지센터 4개소의 기존 인력 중에 담당자를 지정한 것에 불과하며 별도의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았고 청년 대상 상담현황이 어떠한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서울시의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보호 사업은 ‘퍼포먼스’에 그치고 있다. 캠페인과 홍보를 넘어선 구체적인 구상과 실행이 필요하다.

다음은 경험 제공과 '열정페이' 사이에 보이는 틈새다. 서울시는 시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무역량을 습득하고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대학생 대상의 ‘아르바이트’와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생 아르바이트 사업은 자칫하면 단기 단순노무에 대한 저임금 인력 활용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사실 열정페이라는 말이 보여 주듯 ‘기회와 경험 제공’은 저임금 노동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인정 논리로 악용되고 있다. 최저임금에 불과한 임금수준은 사업목표에 적혀 있는 ‘학비 마련 지원’이라는 문구마저 무색하게 하는데,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명확히 하고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학점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성격을 더 크게 띠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와 같은 맥락에서 하루에 딱 1만원씩만을 금전적으로 보상한다는 사실은 ‘업무’와 ‘교육’의 자세한 내용에 대한 확인과 규정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과도기 노동’으로 표현되는 청년노동의 새로운 문제가 교육과 노동의 경계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교육은 교육답게, 노동은 노동답게’ 라는 원칙에 근거한 ‘모범적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확산시킬 책임이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의 노동정책이란 노동정책 담당부서의 사업이나 노동기본계획으로 분류·편집되는 구체적인 과제들만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정책으로 추진되는 산업·경제 활성화 사업들 또한 결국에는 일자리의 양적인 확대와 질적인 개선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2015년 서울시는 ‘기업 성장·발전을 위한 지원 강화’를 성과목표로 하는 사업들에 570억4천7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무엇으로 귀결돼야 하는가. 경제의 활성화, 산업의 육성, 기업의 발전은 반드시 고용의 질 향상이라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서울시 경제·산업 정책의 성과목표와 평가지표에 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즉 충돌하고 경합하는 정책 기조들 사이에서 ‘노동의 관점’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진정 노동존중특별시, 더 나아가 ‘노동행복특별시 서울’로 나아가는 길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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