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종별 시중노임단가 책정, 올바른 대책일까

정부가 14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중노임단가를 직종별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서 공공기관이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도록 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공공기관 최저임금인 셈이다. 올해 시중노임단가는 8천19원으로 최저임금을 크게 상회한다. 정부는 직종별 적용에 대해 “청소·시설·경비 용역 직종마다 노임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조사로 (각각의) 단가를 책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직종별 시중노임단가 책정,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책일까.


정부 발표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포기 선언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비정규전략조직국장

정부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정부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라는 지침을 발표해 놓고도 기관별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후속 정책은 전혀 추진하지 않았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낮은 처우가 지탄받자 면피용 대책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시행하려는 의지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보호지침은 무력화된 상태다.

시중노임단가 산정시 직종별 임금을 적용한다는 계획은 그 의도가 너무나 명확하다. 기존 시중노임단가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 체계를 세분화해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노조의 쟁의행위도 잇따르자 아예 낮은 수준의 임금 만들기에 나서려는 것이다. 정부 말대로라면 한번 저임금 노동자는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정해 준 저임금 테두리 안에서 묵묵히 일만하며 살아야 한다. 정부는 직종별 임금을 낮은 수준에서 차등화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시중노임단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중노임단가 일괄적용, 시장 교란시킨다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공공부문 시중노임단가를 설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최근 일각에서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중노임단가는 근로계약 당사자인 기업과 근로자가 합의해 결정해야 할 임금을 제한하는 행위다.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간부문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노동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시중노임단가 확대 적용이나 강제화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노동계는 제조업 단순노무종사원 시중노임단가 시급 8천19원(2015년 기준)이 근로자 임금의 최하한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근로자가 지급받는 임금은 이와 다르다. 매년 발표된 시중노임단가에 공사수주 최저낙찰률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공사에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공사에 일괄적으로 노임단가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현재 공공부문 용약계약 체결시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제조나 건설부문의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있다. 2012년 1월 발표된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 용역근로자에게 중기중앙회나 건설협회가 발표한 ‘보통인부 노임’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공공부문이 동일 직종의 민간부문 근로자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관련 직종의 시장임금 수준이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차별 지급은 정부의 꼼수, 준수가 우선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시중노임단가는 참여정부 때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임금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먼저 이 정도의 임금은 지급하겠다고 해서 마련한 것이다. 최저임금보다는 높지만 시장에서 형성된 임금보다는 다소 낮은 액수다. 기준도 노동계가 아닌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시한 액수다. 그러나 이 시중노임단가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공공기관 세 곳 중 한 곳이 지키지 않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중노임단가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실정이다.

노동계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에서는 정부에 시중노임단가 준수를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시중노임단가 준수가 아니라 직종별 차별 지급이었다. 지금은 차별 지급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우선 시중노임단가가 공공기관과 자치단체에서 지켜지도록 준수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지키라고 요구하니 차별 지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야말로 정부의 꼼수에 불과하다. 차별 지급은 결국 시중노임단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직종에 따라 낮추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노임단가 직종별 차별 지급을 시작으로 최저임금에서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서도 경영계가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일 뿐이다. 이미 최저수준인 최저임금을 직종에 따라 더 적게 지급하겠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시중노임단가 위반하면 처벌해야 

현석호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

건설협회에서 매년 건설노동자의 직종별 시중노임단가를 제시한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받는 액수보다 높게 책정된다. 액수만 놓고 보면 건설노동자들에게 시중노임단가는 환영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현장은 다르다. 건설노동자들이 시중노임단가보다 한참 낮은 일급을 받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건설회사들은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해 노무비를 책정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보다 낮게 지급되는 것이다.

시중노임단가는 건설노동자의 임금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건설공사 입찰용 단가표에 불과하다. 시중노임단가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직종별 시중노임단가를 도입한다고 한다. 우선 사업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시중노임단가보다 낮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위반했을 경우에는 처벌까지 해야 한다. 이 같은 안전장치들이 선행돼야 직종별 시중노임단가를 받아들일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국가계약법 개정, 예산 마련이 우선

심상정
정의당 의원
 

정부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지난 2년간 파견·용역 등 더 늘어난 간접고용에 대해서는 시중노임단가 적용 등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이행을 강화하겠다고는 하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은 없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보고받은 대책은 바로 “공공기관이 시중노임단가 적용시 경영평가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것뿐이다.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대학을 제외한 공공부문 429개 기관 중 71.7%만이 시중노임단가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16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시중노임단가를 지키는 것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실태가 이런데 ‘경영평가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단 한 가지 대책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우선 전체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준수 기관이 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공공부문에서 용역계약을 체결할 경우 국가계약법·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진행이 되는 만큼 모법인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계약에 따라 고용된 근로자에 대해서 적정한 임금수준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이 하락되지 않도록 하는”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에서의 준수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시중노임단가 및 노동조건 보장을 위한 조례제정도 지방의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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