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잿빛 공장 건물 한편 삐죽 솟은 굴뚝에 올라 그는 살았다. 별 헤는 밤이 깊고도 길었다. 북극성처럼 거기 박혀 길잡이 노릇을 오래도록 했다. 내내 꼿꼿했다. 그 아래를 찾아 불온한 덧셈을 이어 가던 사람들은 혹시 부러지진 않을까 염려했다. 기우에 그쳤다. 408일 만이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려 먼지 날리던 공장 터를 적셨다. 꾸역꾸역 모여든 사람들이 고개 잔뜩 꺾고 하늘을 살폈다. 손짓하고 노래하고 어서 오라 소리쳤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렁그렁, 눈물 얼마간 빗물에 섞여 뺨을 타고 흘렀다. 흙 비린내 짙었다. 가뭄에 단비였다. 마디마디 대나무를 닮아 저 굴뚝이 죽비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