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9일 새벽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5천580원보다 8.1% 인상된 6천3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270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빠른 인상”을 언급하면서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세간의 예상은 빗나갔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지난 8일 새벽 심의촉진 구간 6.5~9.7%로 제시하자 노동자위원들이 집단퇴장하면서 “배신감” 얘기를 한 것은 이런 맥락이 배경에 있다. 재계는 재계대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거라며 불만을 표시한다.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6년 최저임금 결정과정을 당사자들은 어떻게 봤을까.



6천30원이 왜 '공익적'인지 최저임금위는 설명해야 

▲ 구교현 아르바이트노조 위원장

올해는 특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정부도 연초부터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결과는 고작 450원 올랐다. 작년 인상액 370원에 80원 더 얹어 줬다. 6천원을 넘겼다는 정부 생색내기용으로 활용되는 꼴이다. 월급과 시급의 병기는 주휴수당 문제가 항상 쟁점이 되는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의미가 있긴 하다. 다만 지금까지 고시를 안 했을 뿐 안내는 해 줬기 때문에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동계가 얼마를 말하든 사용자들은 동결을 얘기하고, 어떤 협상을 하든 결국 공익위원을 내세운 정부 의견이 관철되는 상황이 그대로 반복됐다. 금액까지도 예측 가능한 이런 협상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인상하려면 일단 공익위원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 도대체 6천30원이 왜 '공익적 금액'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대표성도 없는 공익위원들이 해명도 못 하고 있지 않나. 차라리 정치인을 데려다 놓든지, 뭔가 대표성을 갖고 최소한의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 또 중소영세 자영업자가 매우 많은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위가 위상을 격상해 최저임금 금액 외에도 영세자영업자들의 지불능력 확보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발목이 잡힐 것이다.

중장기 목표 따른 최저임금 협상전략 세워야 

▲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그렇게 호들갑을 떨더니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인상률(7.1%)보다 1%포인트 오른 8.1%에 그쳤다. 이런 결과가 나올 거였으면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나.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분위기가 좋았다. 최 부총리까지 나서 정부가 분위기를 띄운 만큼 대폭적인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1만원이란 슬로건도 좋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올해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보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협상 전략이 필요했다. 예컨대 3년간 8천원 또는 5년간 1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3년간 8천원으로 올려도 매년 807원(첫해 14.5%)씩 올려야 한다. 매년 사정에 맞춰 인상폭을 달리할 수는 있겠지만 정해 놓은 목표만큼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를 바 없는 협상이 진행됐다. 공익위원이 최저·최고 범위를 정한 뒤 뚝 잘라서 하는 방식 그대로였다. 허망하다. 시급·월급 병기나 회의 공개 모두 중요한 이슈이긴 했으나 올해는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액이 핵심이었다. 노동계가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놓친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제도개선 성과 있었지만 인상률은 기대 못 미쳐 

▲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올해 최저임금은 노동자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만의 투표로 결정됐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 8.1%의 인상률도 시간급 1만원을 요구한 노동계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정부·여당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란을 떨었던 것은 그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야단스러운 소문에 비해 결과는 별것 아니다)에 불과했다. 다만 올해 처음으로 6천원대에 진입했다는 것에는 의미를 두고 싶다.

아울러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당사자들이 최저임금 심의에 최초로 참여했다는 점과 진지한 논의를 토대로 시급과 월급을 병기해 최저임금을 고시하도록 한 점, 가구별 생계비 추계·소득분배율 지표로 기존의 중위임금에 평균임금을 추가한 점 등 일부 제도개선을 이룬 것은 성과다. 더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회의를 운영하도록 노력했고 향후 지속적인 제도개선 논의 틀을 마련했다는 것 역시 적지 않은 성과다. 최저임금 협상과정에서 양대 노총이 노동자위원들이 굳건한 연대로 입장과 행동에서 통일성을 이뤘다는 것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러나 과제는 남았다. 최저임금 결정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공익위원들의 전문성·공익성·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노동의 가치 홀대하는 한국 사회 

▲ 김진숙 홈플러스노조 서울본부장

최저임금 심의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우리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홀대하는지 절감했다. 경영계가 30원 인상안과 35원 인상안을 내놓았을 때 그 액수가 낮아서 화가 났던 게 아니다.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노동자위원으로서 최대한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자 했다. 미혼단신가구를 기준으로 생계비를 산출해 최저임금을 정하던 기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최저임금은 한 식구가 먹고살 수 있는 생계비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휴수당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시급과 함께 월급을 명기하자고 요구했다. 노동자위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공익위원들도 동의를 표했다. 억지 주장이 아닌 합리적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기존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노동계가 제기했던 문제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얼마를 올리고 방망이를 두드릴 것인지만 부각됐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 의해 결정되는 후진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위 결정방식 외에 국민투표나 국회에서 결정하는 방식 등이 제안된 바 있다. 무엇이 더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정부를 상대로 한 노동계 주도의 범국민운동이 필요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인데도 역대 최고 인상액 유감 

▲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최저임금이 6천30원으로 결정됐다. 450원 인상돼 역대 최고 인상액이다. 지난해에는 7.1% 올렸는데 올해는 8.1% 올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경제 상황도 안 좋은 시점에서 인상폭이 높게 결정돼 유감이다. 최저임금이 올라 영세 소상공인들이 고용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이 속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섬유·신발 등 제조업종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소득 주도 성장론을 얘기했다. 국회의원들도 최저임금에 관심이 높았다. 야당 의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직접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용자위원뿐만 아니라 공익위원에게도 외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최저임금위는 독립된 위원회다. 그런데 정치권·시민사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많은 말들을 쏟아 내 최저임금이 정치화된 것 같았다.

어쨌든 최저임금이 결정됐고 많은 과제들이 남았다.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구분이 안 돼 문제가 많았다. 고정상여금이 통상임금 범위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정기상여금 등이 최저임금 산입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최저임금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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