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근 공인노무사(광주광역시 노동센터장)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최저임금법에 의하면 가진 것(집·저축) 없는 근로자 1명이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 일해서 최저임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생활이 안정되고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달성돼야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 1인당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될까. 원룸 월세(42만원), 식대(50만원), 의류·신발(10만원), 교통비(6만원), 통신비(5만원) 등을 최저수준으로 계산해도 이미 110만원을 넘는다. 여기에 수도·냉난방·전기, 의료비용, 교육, 오락·문화, 조세·사회보험료를 포함하면 최소한 150만원 이상 소요될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미혼단신근로자 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단신근로자 1인의 월평균 생계비는 155만3천390원이다. 근로소득 최상위와 최하위 5%씩을 제외한 나머지 90%의 월평균 생계비를 보면 147만1천178원이다.

근로자의 생활안정 척도는 생활비(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을 것이다. 월평균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으로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은커녕 근로자 생활안정조차도 이룰 수 없음이 자명하다.

올해 최저임금은 5천580원(월 116만6천220원)이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최저임금이 마치 120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것인 양 본질을 흐리려는 주장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의 핵심이자 결론은 최저임금액만으로 근로자 생활안정이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높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영에 장애(파산 또는 해고)가 예상된다면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풀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도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한 독일의 경우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그친 반면 소비욕구는 무려 26.5% 상승해 내수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언론기사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17일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과 관련한 관계부처(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고용노동부) 합동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보호방안 가운데 하나로 청소·경비·시설물 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일급 6만4천150원, 시급 8천19원)를 적용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 내용에 의하면 정부 역시 현행 최저임금으로는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고 노동부 장관이 결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위 27명 위원들과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법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즉 생활안정이 될 수 있는 금액(시중노임단가 8천19원) 이상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만약 최저임금을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결정해 생활안정을 어렵게 만든다면 이는 사실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위 위원들과 노동부 장관은 자신들이 결정한 최저임금으로 꼭 생활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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