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는 특별한 인사들이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로 청년과 비정규직 당사자다. 최저임금 협상을 ‘국민 임단투’로 부르는 이들은 최저임금위가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도 투명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알권리 충족을 위해 최저임금위 회의에 참석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위원이 보고 들은 내용을 지면에 싣는다.<편집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8천400원 대 5천610원. 사용자위원들이 복귀한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사가 제출한 1차 수정안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최저임금 인상수준을 둘러싼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회의가 잡혀 있다. 아무리 늦어도 7월15일까진 최소 400만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본 시급이 결정된다. 국민임금으로 불리는 최저임금의 중장기 영향력으로 보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지금부터라도 최저임금 인상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치열하게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이달 3일 9차 전원회의에서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이 있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시급으로 하되 고용노동부가 시급과 월급을 병기해 고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사업종류별 구분 없이 전국 단일로 정하기로 했다. 모든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사용자위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한 차례 회의를 보이콧하기까지 한 시급-월급 병기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중장기 제도개선 과제를 다룰 전원회의를 하반기에도 월 1회 정례화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결정이다. 매년 이벤트 식으로 5~6월만 뜨겁게 논쟁하다 사그라지는 최저임금 논의가 단절되지 않고 하반기에도 제도개선까지 포함해 상시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수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최저임금 결정구조다. 공익위원 추천권을 포함해 방청 및 배석, 회의 속기록 공개 등 중요한 쟁점이 한둘이 아니다.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로 돼 있는 최저임금위 위상을 높이는 방도도 문제다.

아쉬운 건 애초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가구생계비 연구용역 실시가 원점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사용자위원들이 사업종류별 최저임금 구분 관련 연구용역을 연동해 주장하면서 둘 다 패키지로 묶여 제도개선 과제로 넘어가 버렸다. 사실 가구생계비 관련 논의는 전문위원회 회의부터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요구의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연구용역을 통한 세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 부산·대구·광주·서울 현장방문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로 확인되기도 했다. 공익위원들까지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만큼 이후 순리대로 잘 마무리되리라 믿는다.

최대 쟁점인 최저임금 인상수준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입장차가 극명한 만큼 사회적 논의가 좀 더 폭넓게 확대돼야 한다. 임금은 노사 당사자 간 가장 첨예한 쟁점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바깥에 있어 이처럼 중요한 논의 내용을 잘 모른다. 회의장에 TV나 기자가 들어가는 건 현재로선 무리더라도 공개토론은 반드시 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인상 폭만큼이나 준수 여부도 중요하다. 논의 내용과 결정이 널리 알려지는 만큼 최저임금의 사회적 의미가 재인식되고 지켜야 할 이유도 분명해진다. 이번주 노·사·공익위원들이 토론자로 직접 참여하는 TV 공개토론을 강력하게 제안하고 촉구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청년 및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대립하는 모양새다. 알바보다 더 낮은 소득을 감내하는 자영업자가 있는 현실에서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를 힘겹게 하는 건 대기업 자본이다. 골목상권 장악은 물론이고 높은 가맹수수료 등으로 등골을 빼먹어 왔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긴 대기업 자본이 주도한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해 나쁜 일자리를 피하려고 창업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이 다시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주범은 바로 대기업들이다. 대기업 이해를 대변하는 한국경총과 전경련이 최저임금위 위원으로 들어온 게 맞지 않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수준만 논의해선 안 된다. 재벌대기업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도사리고 있는 양극화된 경제구조를 전면 개혁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손을 맞잡아야만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극복할 수 있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최저임금법에 규정된 최저임금의 존재이유다. 이미 정부가 내수진작과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주문했다. 예년보다 훨씬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만이 경제를 살리고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상생하는 길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 결정의 열쇠를 쥔 건 공익위원들이다. 올해는 최저임금법 정신에 충실한 결정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합당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과 가족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펴지길 기대한다. 며칠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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