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및 근로자의 직업능력의 개발과 향상을 꾀하고, 국가의 직업지도와 직업소개 기능을 강화하며, 근로자가 실업한 경우에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실시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구직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93년 12월 제정돼 95년 7월 시행된 고용보험법의 목적이다. 20년 사이 고용보험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5월 기준으로 191만3천315개 사업장, 1천214만4천559명이 가입했다. 그러나 실업부조 도입이나 적용범위를 비롯한 보장성 확대 같은 제도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33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을 정도다. 이제 갓 성년이 된 고용보험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심사제도 재점검 필요하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도입 20주년을 맞아 수급대상의 확대를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 자체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제도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업무를 제대로 하는지 따져 봐야 한다. 고용보험법 17조에 따라 피보험자는 고용보험 자격 취득이나 상실에 대한 확인, 실업급여 및 육아휴직 급여, 산전후휴가 급여 등에 관한 처분이 잘못됐다고 여길 때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고용보험심사관은 고용보험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심사청구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함에도 기한 내 처리는 2%대에 불과하다. 심지어 처리기한이 400일을 넘는 등 고용보험심사관 운영 과정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부실한 심사도 문제다. 고용보험심사관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청구인이나 관계인 등을 출석시켜 질문하고,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다. 사업장 등을 출입해 현장조사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부를 통해 확인해 봤더니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서에 담긴 내용이 실제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 없이 주먹구구식 심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노동관서의 원처분에 치우친 심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제 이 때문에 고용보험심사관이 원처분을 취소하는, 즉 피보험인의 민원을 받아들인 경우는 10%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각된다. 공정성에 의문이 생긴다. 노동부의 행정에 불신이 생기고 있다. 고용보험 유지나 실업급여 수급 등은 저소득 노동자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행정이 필요하다. 고용보험 20주년을 맞아 적용대상 확대와 함께 고용보험 심사 업무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고용정책·보장성·효율성 동반돼야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

우리나라 고용보험은 외국과 달리 실업보험이 아니라 고용보험으로 설계됐다. 단지 실업급여만 주는 것이 아니라 직업능력개발과 고용안정 등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고용정책에서 고용보험이 차지하는 부분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다.

앞으로 고용보험을 통해 청년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소외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펼쳐야 한다. 동시에 실업급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주요하다. 재정안정성 또한 고려돼야 한다. 고용보험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재정안정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의 보장성 확대는 실업자들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프로그램 참여와 부정수급 방지가 동반돼야 한다.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에 맞춘다면 그에 따르는 의무도 선진국 수준이 돼야 한다. 고용보험을 내는 사람들이 ‘잘 사용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기능을 급변하는 노동시장 상황에 맞춰 발전시킬 수 있을지 노사정이 협의하고 연구해야 한다.

보편적 사회안전망 기능 확대 시급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앞으로 우리나라는 급속한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고용보험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고용보험은 제도적 외형을 갖춰 왔다. 앞으로는 보편적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스무 살 성인이 된 고용보험이 나아갈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1천200만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취업자 중 55%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두루누리 사업 적용 대상자를 중소사업장 비정규직까지 넓혀야 한다. 또 특수고용직노동자·예술인 등의 가입을 의무화하고 청년·고령자를 포함한 구직자·실직자에게 실업부조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낮은 보장성과 고용서비스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실업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서는 피보험 단위기간을 단축하고 급여일수와 급여액을 높여야 한다. 또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즉 직업상담원 같은 인원을 대폭 확충하고 수요가 높은 공공훈련기관을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용보험 운영의 기준과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고용보험 사업의 실제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노사의 주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용 거버넌스를 정비해야 한다. 또 모성보호와 육아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 일반회계 부담원칙을 세워 고용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고용보험 20주년,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

고용보험은 취약계층 노동자의 필수적인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비정규직 증가, 고령화, 25%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 확산 등 고용환경 변화는 고용보험제도의 변신을 요구한다. 먼저 고용보험 적용범위가 확대돼야 한다. 2015년 피보험자 비중은 취업자의 46.4%, 임금노동자의 63%에 불과하다. 상당수 노동자는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용보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제한돼 있어, 가사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는 적용받지 못한다. 이들을 적용대상으로 포괄해야 한다. 또한 시간제 노동자도 혜택을 누리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미뤄져 왔던 과제지만, ‘자발적 이직자’중 절반 이상(54%)이 3개월 이내, 63.3%가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조건을 부과하면 소요재정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실업급여 수급자격 요건 완화 등 보장성도 확대돼야 한다. 피보험기간 요건을 현행 ‘이직 전 18개월 중 190일 이상 근무’에서 120일로 단축하고, 수급기간도 현행 ‘90∼240일’에서 ‘120∼360일’로 확대하는 등 보장성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적정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급여 수준도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며, 상한액은 4만3천원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임금수준과 비교한 소득대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대체율은 1997년 53.9%였지만 2013년에는 31%로, 22.9%포인트나 하락했다. 넷째, 심각한 청년실업을 감안하면, 실업부조제도 도입은 늦춰서는 안 된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청년실업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기금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노사 가입자의 대표성이 강화돼야 한다. 정부정책 집행을 위한 ‘쌈짓돈’이 아니다.

실업·도산 위험 보호 역할 강화해야

류기정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고용보험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등 우리 노동시장에서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정부 일반예산에서 충당돼야 할 부분까지 고용보험에서 지출되다 보니 실업급여 등 본연의 역할 수행능력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모성보호나 고용인프라 구축 등 국가에서 마땅히 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는 일반회계 분담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이를 통해 조성된 재원은 고용보험 본연의 역할 강화와 노동시장 유연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용보험의 운영 방향을 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일자리의 유연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를 조화시키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의 적극적 보호 역할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20주년을 맞이한 고용보험이 실업과 도산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한다는 그 본연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감으로써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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