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강릉의료원 간호사 A씨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강릉의료원은 강원도에서 유일한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메르스 환자를 수용했던 곳이다. 의료진 4명이 음압병동에서 열흘 가까이 숙식을 하며 12시간 맞교대로 일했다. 그런데 강릉의료원 직원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이나 고충을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한 직원은 "메르스 때문에 강릉 최대 지역행사인 단오제가 취소됐다"며 "강릉지역에 괜히 감염병 치료기관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망쳤다는 민원까지 들어와 뭐라고 말하기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치료 지원이나 보상대책은 둘째 치고, 나중에 수익 악화 책임이나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메르스 치료에 전념하다 감염까지 된 병원 노동자들이 왜 지역경제를 망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을까. 이는 지자체와 정부가 그동안 보인 태도에 기인한다.

강릉의료원을 비롯한 강원지역 공공의료원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려 왔다. 보건의료노조나 시민·사회단체는 “지방의료원의 공공성과 의료취약계층 비율이 높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원도는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임원보수 삭감과 단체협약 개정을 담은 지방의료원 경영혁신대책을 밀어붙이며 수익개선 성과를 압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발표한 지방의료원 경영개선방안에서 각종 예산지원방안을 경영개선 성과와 연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러다 보니 늘 적자투성이로 지적받는 공공의료원을 보는 시선이 고울리가 없다. 강릉의료원 직원의 말처럼 메르스 사태가 끝나면 감염자 치료와 병원 폐쇄로 인한 수익악화로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걱정을 하는 게 병원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메르스 치료의 최일선에 선 의료진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그러나 의료진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라 안전하게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감염병 방역과 치료 업무를 수행한 공공의료원의 '착한 적자'를 경영평가나 수익성과 상관없이 보전하고 공공의료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