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정의당 당대표 선거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좋은 정당 만들기’에 천착하는 새로운 진보정치의 출현을 기다려 온 사람들의 열망이 이곳저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비록 당원은 아니지만 반 발 정도 물러나 선거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하나의 ‘현상’이다. 낡은 것이 완전히 무너진 폐허 위에서 ‘2세대 진보정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증은 그만큼 절박한 것이었을까.

화제의 한가운데 37세 조성주 후보가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는 한국 최초의 세대별노조 청년유니온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구상을 설계하고 창립을 주도했으며, 이 작은 노동조합이 나름의 역사를 만들며 성장하기까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가장 빛나는 성과들을 만들어 낸 필자의 전임 활동가다. 3기 집행부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청년유니온의 정책기획사업의 원형을 만든 그에게 여전히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그는 ‘약자들의 승리’를 만들어 온 실력 있는 활동가인 동시에 진보정치의 전망을 한시도 버린 적 없는 차세대 정치인이다.

그런데 우리는 조성주 후보의 탄탄한 이력이나 명문으로 꼽히는 출마선언문만이 아니라 그의 구체적인 정책대안에 더 주목해야 한다. 조성주 후보는 노동운동의 자기과제를 중심으로 우리가 반드시 논의해야 할 의제들을 펼치고 있다. 이 글은 그중에서도 그가 ‘노동운동 밖의 노동’을 위한 대안으로 제기한 고용보험 개선방안에 대한 응답이다.

그간에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있었던가. 도발적인 동시에 지독히 현실적이다. 그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으로 문제를 대하고 있다. 조성주 후보는 고용보험료를 기존 1.3%에서 2%로 올림으로써 늘어난 고용보험 재원으로 실업급여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노동자가 부담하는 몫은 기존 0.65%에서 1%로 올라가게 된다. 추계에 따르면 월 급여 300만원 수준의 노동자가 한 달에 8천~9천원을 더 납부하는 정도의 인상 폭이다. 그가 당장 조금씩 더 부담을 지게 될 조직노동의 이해관계와 충돌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용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그것이 고용보험의 보장을 가장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일이며, 일자리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미래 노동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용보험료 인상을 통한 고용보험 확대에 찬성한다. 그리고 청년유니온 차원에서 이 사안을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싶다.

일차적인 이유는 계속 증가해 온 계약직 채용에 의해 고용과 실업을 끝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1년 미만 초단기 계약직으로 최초의 일자리에 채용되는 청년 비율이 200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해 20%를 상회하고 있다. 이들이 실업기간에 겪게 될 소득상실과 취업능력 잠식 위험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실업급여 수준과 기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현재의 불안한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버팀목, 보다 촘촘한 안전망이 절실하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운동이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연대전략의 가능성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임금 수준이 높은 노동자들의 기여 확대를 통해 보다 불안한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훨씬 더 큰 폭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통해 이야기하는 ‘가짜 상생’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진짜 상생’이다. 조직노동은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전체 노동의 이해관계를 포괄하고 대변함으로써 사회적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정부·재계를 상대로 쌓여 있는 여러 가지 노동현안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내적 힘을 형성할 수 있다.

한편 상생과 연대의 원리를 기본으로 지금의 논의를 보편적인 실업부조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 간다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없는 최초 취업자에 대한 일자리안전망까지 도입할 수도 있다.

우리의 선배 노동조합들과 이러한 토론을 함께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정치’의 역할을 기대한다. 노동운동과 정당정치는 이러한 사회적 구상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 의미 있고 실체 있는 변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조성후 후보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2세대 진보정치의 등장을 응원하는 이유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