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201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는 특별한 인사들이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로 청년과 비정규직 당사자다. 최저임금 협상을 ‘국민 임단투’로 부르는 이들은 최저임금위가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도 투명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알권리 충족을 위해 최저임금위 회의에 참석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위원이 보고 들은 내용을 지면에 싣는다.<편집자>

201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국 6월29일이라는 법정시한을 넘겼다. 자주 있던 일이다. 애초 최저임금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법으로 정해진 시한이 빠듯하긴 하다. 시한을 맞춰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합리적인 토론을 충분히 거치는 과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법정시한을 넘기게 된 경위가 예전과 다르다. 지난 6월18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노동자측 시급 1만원, 사용자측 동결)이 등장하고 보름이 지나도록 임금 협상에 관한 논의는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그동안 회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위는 어떠한 사정으로 법정시한을 넘기게 됐던 것일까.

6월23일 제6차 전원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저임금 액수를 심의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결정단위(시급·일급·주급·월급)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사용자위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두 번째 사안에 해당하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오랜 토론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임금 하한선을 지탱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위에 부합하지 않고,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차등적용 안이 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된 쟁점은 첫 번째 안건에 해당하는 최저임금 결정단위에서 촉발됐다. 예년 같으면 ‘시급’으로 정한다며 의사봉 두드리고 10초 만에 넘어갔을 사안인데, 공익위원으로부터 시급뿐 아니라 월급을 병기해 고시하자는 특별한 제안이 들어왔다.

현행 최저임금인 5천580원을 단순히 일한 시간만 곱할 경우 월 급여 환산액인 116만원이 도출되지 않는다. 약 97만원 정도가 나온다. 2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그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담긴 유급휴일 조항에 있다. 사용자는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1주일에 1일 이상 유급휴일을 제공해야 한다. 주로 시간급을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도·소매, 음식·숙박점업 같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유급휴일이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다.

최저임금을 시급뿐 아니라 월급까지 병기해 고시할 경우 유급휴일 정착이라는 제도적 효과가 있다. 그 자체로 유급휴일에 대한 홍보도 되고, 노동현장에서 유급휴일이 잘 지켜지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는 정책수단을 추가로 모색할 수 있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의 삶의 패턴이 시급·일급·주급이 아닌 월급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과 월급을 병행해 고시하자는 공익위원의 제도개선안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는 월급을 병행해 고시할 경우 주 40시간보다 짧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들이 스스로 받아야 할 월 급여로 착각하게 되고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월급 병기에 반대했다.

다년간의 단시간 노동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단시간 노동자들이 주 40시간 몫의 월급을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듣기에 따라 불쾌하기까지 하다. 단시간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한 시간에 비례해 월급을 계산할 줄 안다. 그리고 이미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 사무국 차원에서도 시급으로 결정 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해 홍보하고, 주요 행정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이 제기한 우려는 함께 검토하고 보완책을 마련할 문제이지 ‘월급 병기’를 결사 반대할 수준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의 월급 병기 문제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반대했다. 6월25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표결에 붙이는 것에 반대하며 집단적으로 퇴장한 것이다. 한 사용자위원은 회의장을 벗어나며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을 향해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꼬리를 남겼다. 이것으로 모자라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심의에 관한 법정 의결시한인 6월29일 개최된 제8차 전원회의에 아예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위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거리에 나가 서명운동을 하다 보면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빛과 반응부터가 다르다. 실제 청년유니온과 청년학생단체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많은 서명을 받았다. 최저임금 이슈를 중요하게 다뤄 왔던 사회 각계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실이며, 역설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저임금 노동자와 가족들의 삶이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용자위원들은 허약한 명분으로 최저임금위를 파행시키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의 기대를 뿌리친 채 임금협상 과정을 크게 지연시켰다.

지면을 빌려 사용자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률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애꿎은 월급 병기를 놓고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우려이지만,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 믿어 본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으로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아직 우리가 나눠야 할 토론이 많다.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성숙하게 맞아 드릴 터이니 사용자위원들은 하루속히 회의장으로 돌아오시라. 많은 이들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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