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산업재해 인정기준이 제대로 된 것일까. 특히 뇌심혈관계질환 인정기준은 어떨까. 2008년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업무수행성 기준’이 삭제됐다. 이로 인해 당시 산재승인 사건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2013년 7월 변경된 만성적 과로기준에 대한 고시(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가 기계적·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다만 2008년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 이후 12%까지 떨어졌던 승인율은 지난해 평균 22.6%를 보이고 있다. 다행인 것인가. 노동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도 이제는 뇌심질환 기준과 승인율·승인건수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마치 뇌심질환 산재 인정기준의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해야만 단기과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평소에 일을 많이 하던 사람은 일을 적게 하던 사람보다 불리하다. 법정 기준이 아닌 일상적인 업무량과 시간은 상대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일을 적게 하다가 갑자기 많이 하는 경우는 산재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이 하다가 더 많이 하는 경우에는 30%를 충족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만성과로에 가까운 한국적 상황에서는 단기과로 충족은 요원한 문제다.

그렇다면 단기과로 기준은 객관적·의학적으로 타당한 것인가.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이다. 2008년 고용노동부 연구용역보고서인 뇌심혈관계 질환 과로 기준에 관한 연구(2008년 11월, 연세대)에 따르면 연구진은 단기과로 기준을 1주일 근로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로 봐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근무시간은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만성과로 기준은 어떤가. 2013년 고시를 도출하기 위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4인의 합의서를 보면 주 평균 52시간 이상을 만성과로 기준으로 봤다. 위 뇌심혈관계질환 과로 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도 마찬가지로 비슷하다. 최초에는 “발병 직전 3개월의 근무시간이 월 209시간을 초과한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이는 주당 평균 47.5시간이다. 연구진은 결론에서 3개월 이상 기간 동안 주당 52시간(월 평균 225시간)이상 근로한 것 또는 휴일이 월 2일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 최종 보고서에 주당 52시간을 만성과로 기준으로 본 것은 근로기준법과 문헌고찰, 산재 사례분석에 의거한 것이었다.

현재 12주 평균 60시간 이상인 기준과 차이가 너무 크다. 52시간 내지 58시간의 주당 평균근로시간 사례는 거의 불승인되고 있다. 결국 만성과로 기준에서 12주 평균 60시간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의학적 기초를 수반한 것도 아니다. 결국 2008년 연구보고서로 제안된 단기과로 요건이 2013년 만성과로 기준에 변형돼 적용된 것이다.

현재 공단과 판정위원회의 기준은 60시간에 매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간근무가 더 많은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 얼마나 가중치를 두는지 의문이다. 실제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008년 연구보고서에서는 야간근무에 있어 20%를 추가해 근무시간에 산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반영하지 않는다. 지침상 별표 2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다. 시트에서 일부 업무강도와 특이사항이 체크되지만, 서술적으로 기술되지 않아 판정에 반영되지 못한다. 법원에서 중요한 판단요소 또는 단일적 요인으로도 뇌심질환의 위험인자로 간주하는 직책에 따른 책임·업무강도에 따른 스트레스·인력부족·열악한 근무환경·단기 업무량 증가에 따른 스트레스·물리적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업무발령에 따른 스트레스는 판정위 심의안에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는다.

2006년 뇌심질환 신청자 3천413명 중 1천384명(40.6%)이 산재를 승인받았다. 2008년 급속하게 추락했던 승인율이 2006년의 절반 수준으로 올랐다. 뇌심질환은 단일상병으로 산재급여액의 8%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급여액이 많은 질환이다. 마치 함정에 빠진 느낌이다. 22.6%의 승인율 착시효과 때문인지 당사자들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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