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대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그)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4누2340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의 경위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 6월12일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주식회사가 2011년 7월18일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인 조장희씨에 대해 행한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삼성에버랜드가 조장희 부지회장에 대해 징계사유로 삼은 8가지의 사유 중 2가지 사유(회사의 전산망을 이용해 직원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파일과 회사의 매입·매출 자료 파일을 수집하고 편집 작업을 한 후 이메일로 전송한 행위와 상급자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만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나머지 6가지 사유(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행위, 무단 외출과 무단결근을 했다는 행위 등)는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2가지 사유도 조장희 부지회장이 노조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행한 행위이거나 ‘친사(親社)적인’ 노조(삼성에버랜드 기업별 노조를 가리키는 것임)의 설립과 그 직후에 이어진 단체협약 체결에 화가 나서 행한 행위로서 그것들이 해고를 할 만한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나아가 법원은 삼성이 “원고 조장희가 삼성노조를 조직하려고 했고 실제로 이를 조직한 후 그 부위원장으로서 활동한 것을 실질적인 이유로 원고 조장희에 대해 이 사건 해고를 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이는 이전의 1심 법원과 동일한 판결이다.

법원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근거

법원이 조장희 부지부장에 대한 해고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근거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삼성노조(지회)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별 노조가 별도로 설립됐는데 이 기업별 노조는 설립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에 회사와 단체협약까지 체결했다. 삼성노조가 설립된다는 보도가 있은 직후에 노조 위원장의 집으로 삼성의 간부들이 찾아왔으며, 노조 설립 다음 날부터 노조 간부들에 대한 감사가 시행돼 조장희 부지회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줄줄이 해고 및 정직을 당했다. 이른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그 내용이 삼성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고 그 공개 직후 삼성도 자신이 만든 문건이라고 시인했으며 이후 행해진 내용이 그 문건과 동일한 점에 비춰 볼 때 삼성이 작성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 문건에 삼성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장희를 해고한 것으로 기재돼 있고 실제로 삼성이 내부 대응 전략에 따라 조장희 부지회장의 비위를 집중적으로 추적·수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이 삼성노조의 유인물 배포 행위도 제지하는 등의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지배·개입 행위를 해 왔고, 최근에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테크윈이 노조 간부에 대한 조직적인 미행 사찰을 행해 사과했다는 것 등이다. 법원은 기존에 노동계에서 주장해 온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의 행태를 거의 다 사실로 인정하고 그것이 부당함을 인정했다. 한편 검찰도 위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삼성이 만들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삼성이 부당노동행위를 행했다고 하는 점은 인정했다. 이로써 검찰과 법원 모두 삼성이 조장희 부지회장을 해고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위 판결의 의미

위 판결에 법리상 논쟁이 될 만한 내용은 거의 없다. 다만 해고 사건의 재판 실무상 참조할만한 점은 많이 있는데, 그중 주요한 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법원은 두 가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다른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가혹한 제재로서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 이 사건 해고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주요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즉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의 의사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몇 가지의 징계 사유가 있다고 해도 그 사용자가 그 근로자에게 행한 해고는 재량권을 남용한 해고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음으로 법원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함에 있어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문서에 대해 사용자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제반 정황을 통해 사용자가 그 문서를 작성했음을 인정했다. 법원은 “사문서는 그 진정 성립이 증명돼야만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증명의 방법에 관해 특별한 제한이 없고, 당사자가 부지로서 다툰 서증에 관해 거증자가 특히 그 성립을 증명하지 아니한 경우라 할지라도 법원은 다른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를 참작해 자유심증으로써 그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86.12.9 선고 86누482 판결, 대법원 1990.9.25 선고 90누3904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한 후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몇 가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라는 문서가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추인된다고 봤다. 법원은 검찰이 이 문서가 삼성그룹에서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는 이 사건 문건의 존재 자체만으로는 삼성그룹의 회장 등이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하도록 총괄 지시하는 등으로 공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 사건 문건을 삼성그룹이 작성하지 않은 사실을 직접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닌 데다가, 형사처분과 부당노동행위 인정에 있어 그 입증의 정도 차이까지 고려하면, 검찰 수사 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문건이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에 대한 추인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함에 있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징계사유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징계를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징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봐야 할 것이고, 근로자의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실질적인 징계사유로 한 것인지 여부는 사용자측이 내세우는 징계사유와 근로자가 한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의 내용, 징계를 한 시기,사용자와 노동조합과의 관계, 동종의 사례에 있어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에 대한 제재의 불균형 여부, 종래 관행에의 부합 여부, 사용자의 조합원에 대한 언동이나 태도, 기타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제반 사정 등을 비교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0.4.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고 전제했다. 그런 뒤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삼성이 원고 조장희가 삼성노조를 조직하려고 했고 실제로 이를 조직한 후 그 부위원장으로서 활동한 것을 실질적인 이유로 원고 조장희에 대해 이 사건 해고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정면으로 인정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검찰도 삼성이 부당노동행위를 행했다고 하는 점은 인정했다.

맺으며

삼성의 무노조경영 방침은 이제 그 종말을 맞고 있다.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저항과 내부의 양심적인 구성원들의 폭로와 법원의 판결로 인해 더 이상 위와 같은 방침은 유지될 수 없게 됐다. 헌법상 보장돼 있고, 노동자들이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노조활동의 자유를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이 판결을 계기로 삼성이 노조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입장을 취하기를 기대한다. 삼성은 현재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메르스가 번져 나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해친 것에 대해 사과했으며,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등 병 각종 암과 난치성 희소 질병과 관련해 반올림 및 피해 가족들과 협상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는 조만간 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에 필자는 지금이 삼성이 노조에 대한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새로운 입장을 천명할 적기라고 본다. 삼성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를 포기하는 것이 위와 같은 움직임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제 상고 만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삼성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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