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업무상질병 입증책임을 해당 노동자나 유족에게 부담시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30일 “근로자나 그 유족에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재해근로자와 가족을 필요한 수준으로 보호하면서도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성이 있다”며 “산재보험법(제37조1항2호)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재보험법은 노동자가 수행한 업무와 발병한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한다. 인과관계 입증책임은 노동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노동자가 취급하는 화학물질과 유해성 같은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정보를 회사가 모두 갖고 있으면서 공개하지 않는다”며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관련 정보와 전문지식이 없는 노동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2년 고용노동부에 “업무상질병 입증책임을 분배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권리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기본 원칙에 비춰 볼 때 업무상질병 입증책임 역시 주장하는 측에서 부담해야 하고 대법원도 같은 해석을 내리고 있다”며 “업무상재해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재보험법상 입증책임 분배가 입법재량을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어 “산재보험법 시행령(별표3)이 질환별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업무상질병 해당 경우를 예시하고 있어 근로자측의 입증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창호 재판관은 “근로자측은 전문지식이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현재까지의 과학이나 의학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며 “근로자측에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입법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