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위해 고용형태를 공시하고 있는데도 기업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 시설관리업계에서는 원청 입장에서 간접고용인 노동자를 채용한 뒤 다시 자사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간접고용 업체가 간접고용을 하는 셈이다.

소속 외 근로자 0.1%포인트 늘어

고용노동부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 3천233곳이 올해 3월31일 기준으로 워크넷 고용안정정보망에 기입한 고용형태를 공시했다. 고용정책 기본법에 따라 공시의무가 있는 기업 3천240곳 중 99.8%가 공시에 참여했다.

공시 기업 노동자는 459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용역·파견·도급 등 간접고용 노동자인 소속 외 근로자는 91만8천명으로 20%를 차지했다. 지난해(19.9%)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소속 근로자 중 기간제 노동자는 84만2천명으로 22.9%였다. 올해 공시부터 기입하도록 한 단시간 노동자는 19만5천명으로 5.3%를 차지했다.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을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44.6%)과 예술·스포츠서비스업(27.1%), 제조업(25.0%), 도매 및 소매업(22.9%)에서 높았다. 제조업은 조선(67.8%)과 철강금속(37.9%) 부문에서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무엇보다 소속 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기업들이 개선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공시에서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10개 기업 중 5곳은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이 되레 많아졌다.

비정규직 줄기차게 늘리는 조선·건설업체

지난해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69.9%로 가장 높았던 대우조선해양은 73.3%로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59.5%에서 62.4%로, 삼성물산은 54.6%에서 64.7%로 늘었다. 삼성중공업㈜건설은 62.8%에서 64.1%로, 대림산업은 56.3%에서 57.9%로 높아졌다.

지난해 간접고용 인원기준으로 상위 10위를 차지한 기업 중에서도 대우건설(50.7%→52.6%)·KT(39.9%→43%)·포스코(46.6%→47.3%)를 비롯한 7개 기업에서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이 높아졌다.

기업들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고용형태 공시제도인데도 실효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노동계가 고용형태 공시에 그치지 말고 고용구조 개선대책 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청소용역 노동자 삼중착취 늘어나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기업도 많았다. ㈜한진은 지난해 소속 외 근로자가 52명(2.4%)이었는데 올해는 5천643명(71.8%)로 껑충 뛰었다. 현대산업개발은 126명(7.3%)에서 1만28명(82.4%)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570명(14.1%)에서 7천856명(58.8%)으로 급증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9명(1%)에서 4천908명(70.4%)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간접고용이 대폭 늘어난 업체 가운데 청소용역업체인 에스더블유엠은 지난해 한 명도 없었던 소속 외 근로자가 올해 444명(94.7%)으로 불어났다. 원청 입장에서는 자사 노동자들이 소속 외 근로자인데, 그 노동자들을 다시 간접고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에스더블유엠 외에도 시설관리 용역업체인 ㈜에프앤씨시스템과 ㈜태성주택관리는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을 0%에서 각각 49%·39%로 늘렸다.

경비·청소용역업체는 자사 노동자들을 기간제로 직접채용한 뒤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이제는 기간제보다 고용이 더 불안한 간접고용 노동자를 채용하는 재하도급 흐름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대다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청소용역업체에서 재하도급이 번지면 고용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며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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