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실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노동과 삶)

전화로 혹은 거리상담을 통해 출산전후휴가(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해 상담해 봤지만, 직접 겪고 보니 동료와 직장상사에게 정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휴가의 경우 입원이 불가피하고 휴가기간이 90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허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임신 초기 유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출산 초기에 출산휴가를 일부 나눠 쓸 수 있는 제도는 얘기가 다르다. 직장 여성 대부분이 임신 사실 자체를 회사에 알리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병원 진단서 없이 입덧으로 인한 어려움만을 이유로 출산휴가를 나눠 쓰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심한 입덧을 거치는 것을 감안해 임신 초기 직장 여성을 보호하는 별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출산휴가에 대한 두 번째 어려움은 사용시기 결정이다. 필자는 통상적으로 출산 전 45일 정도의 출산휴가를 사용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조산 위험이 없는 한 많은 여성들이 출산예정일 1~2주 전까지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육아휴직을 현실적으로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늦게까지 출산휴가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직장 여성들의 경우 임신 후반기 무리한 직장생활로 인해 조산 위험이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휴가를 앞두고 업무를 인수인계하는데, 이때 인계자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임신 여성에게 특히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직장 구조상 단지 3개월의 출산휴가만을 위해 대체근무자를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데다, 별도의 인건비 부담 때문에 대체근무자를 구하기보다 동료들이 업무를 분담하는 것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 기업효율화로 충분히 업무가 많은데 임신한 동료로 인해 업무가 더 많아지고, 그러면서도 인센티브나 임금인상도 없으니 불만을 임신 여성에게 토로하는 것이다. 출산휴가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대체근무자를 구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을지, 사용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쓸지’일 것이다. 육아휴직은 통상 1년이라는 장기성 때문에 사용자들이 극도로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산휴가 전 육아휴직에 대해 논의되지 않은 경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연속해 사용하고 싶은 많은 직장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사직을 권고 받는 실정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근로자가 청구하면 사용자가 승낙하는 방식으로 개시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를 승낙할 의무가 있는데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일단 거부의사를 표현하면 육아휴직 이후 복귀하고 싶은 여성들이 복귀를 못하거나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사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 따라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개시시기에 대해 개시 간주규정을 둬야 한다. 개시시기를 근로자가 변경하고 싶어 하는 경우에만 근로자 의사에 따라 사업주 의견을 참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노무사인 필자는 다행히 무리 없이 임신과 출산을 무사히 잘 마쳤다. 임신기간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업무를 꾸준히 줄이고, 휴직 전 업무 인수인계도 잘 마쳤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도로 예외적인 케이스다. 대부분의 전문직 여성들도 업계 특성상 업체가 소규모여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챙기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임신을 거치며 자진사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육아휴직 3개월을 사용한 후 복귀해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를 이용해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면서 아기를 양육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를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어린이집을 통해 아기를 양육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근무시간의 절반에서 3분의 2만 일하며,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은 아예 휴직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다. 휴직은 처음에 개시하기가 힘들지만, 단축근무는 매일매일 눈치를 봐야 하니 그렇다. 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근무할 수 있고, 단축된 근로시간에 따른 근로가 보장된다면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는 적게 일하면서 육아휴직으로 인해 임금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경력단절까지 예방할 수 있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은 육아휴직 제도와 합해 총 기간이 1년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탓에 기간이 너무 짧은 문제가 있다. 육아휴직 대신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을 이용하는 경우 그 기간을 별도로 인정해 주고 이용기간을 늘린다면 일·가정 양립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