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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노동자 김씨의 고군분투기김은복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인천본부 상담실장)
▲ 김은복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인천본부 상담실장)

키는 조금 작지만 다부지고 점잖은 인상을 풍기는 일흔 나이의 김씨는 오피스텔 경비노동자다. 보통의 상담객들은 어렵게 시간을 내어 민주노총이란 곳에 오게 된 터라 상담에 하소연까지 늘어놓는 편인데, 이 양반은 짧게 요지만 확인하고 금방 자리를 떴다.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을 쓰면 비정규직이 되는지, 계약직도 해고수당이란 게 있는지, 감시·단속 근로종사자로 승인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간보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택시업계는 소위 초과금이라 불리는 생산고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1일 소정노동시간을 매년 줄여 갔다. 최근 소정노동시간은 5시간40분짜리가 가장 많이 목격되고 3시간짜리도 봤다. 이와 다른 양상으로 경비직이나 환경·미화·시설관리직에서는 해가 바뀌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휴게시간이 늘어난다. 출근과 퇴근은 같은 시간에 하지만 임금을 계산하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한편 올해부터 감시·단속 업무에 대한 최저임금 10% 감액이 없어졌다.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강요와 압박이 예상됐다. 개악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든지, 그만두든지 괴롭힘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 충분히 예상됐다. 올해 초에는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가 있을 거라는 보도도 읽었던 것 같다.

김씨는 그 와중에 앞에 얘기한 것처럼 상담소를 드나들며 이런저런 노동법 내용을 알아보고 자치회장과 맞짱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가 일하던 오피스텔은 경비업무를 위탁관리하지 않고 자치위원회가 직접 운영한다. 자치회장은 건물 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사업가이고 자치위원 중에는 노무사도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경비직에 대한 감단 승인도 받아 놓았다. 처음에는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사했지만 자치회장은 2015년을 준비하며 직원들에게 기간제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했다. 더군다나 하루 5시간으로 잡혔던 휴게시간을 8시간으로 늘리려 했다.

김씨와 기전실(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에서 일하는 청년 1명, 미화 아주머니 1명이 끝내 기간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절했다. 이들은 휴게시간 변경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자 자치회는 실제 휴게시간을 늘렸다. 경비직은 심야에 3시간 휴게를 사용했는데 이를 6시간으로 늘렸다. 미화직 아주머니는 휴게시간이 늘어서 임금은 줄고 일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분은 곧 그만두셨다. 하지만 김씨는 남았다. 자치회는 뜬금없이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해 해고하려 하더니 나중에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예상 밖으로 징계위는 김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자치회장은 김씨를 악당 수괴로 묘사하는 문서를 엘리베이터 등 게시판에 공지하고 가가호호 전달했다. 김씨는 이에 맞서 주민들에게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그동안 자신이 겪은 부당한 처사를 호소하는 우편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김씨는 자치회장을 상대로 최저임금 위반 진정을 제기했다. 자치회는 경비직에 대한 감단 승인을 받아 놓고는 그 내용을 위반해 경비노동자들에게 주차요금소 업무를 병행시켰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지청은 감단 승인에 따른 최저임금 감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김씨는 3천만원 이상의 체불임금을 확인받게 된 것이다.

24시간 격일제로 일하는 김씨는, 한동안 퇴근하는 오전마다 상담소를 들르곤 했다. 출근했던 지난 24시간 동안 자치회장으로부터 당한 괴롭힘에 대한 하소연을 했다. 김씨는 자신의 노력으로 지금 자치회장의 불법 부당한 처사가 밝혀지면, 임기 만료 후 자치회장이 바뀔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선거에서 자치회장은 연임했다. 김씨에 대한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결국 김씨는 사직했다. 그리고 법률구조신청을 준비하고 자치회장이 걸어 놓은 형사고소에 대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모든 평가를 뒤로하고, 늙은 노동자 김씨의 고군분투에 찬사를 보낸다.

김은복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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