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7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이 발표됐다. 노동자들의 환호는 없었다. 추진방안의 제1차분이라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1차)'을 발표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비난했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노동시장 개혁에 관한 권력의 일이 노동자의 환호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는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며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맨 앞에 쓰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지금 이 나라에서는 생존전략에 필수적이라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에 관해서 노동조합들은 미래를 위해 당장의 고통을 감수하겠다고 하지 않고 비난을 해 대고 있다. 정부가 이 나라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절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 방안에 관해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들은 환호 없이 비난만 해 대고 있는 것인가. 오늘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권력은 분명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제 밥그릇만 챙기겠다고 개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노동의 비난을 이해하고서 권력은 이를 무릅쓰고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에 있어서는 개혁은 권력의 일이고 노동은 반발하며 개혁에 맞서고 있다고 읽혀지는 2015년 6월 오늘이다.

2.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에서 정부는 “노동시장이 개혁돼야 미래세대의 청년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되고, 중·장년의 고용이 안정되며, 기업 간·세대 간·고용형태 간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보도자료, 1면). 제1차 추진방안은 세대 간 상생고용 촉진, 원·하청 상생협력 지원, 정규·비정규직 등 상생 촉진,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 등 불확실성 해소, 불합리한 노사 관행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확실히 이 세상은 서로 잘사는 일이 바람직하다. 불확실한 것은 해소해서 명확히 하고, 불합리한 것은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상생을 촉진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상생을 말하고 노동자권리에서 불확실성 해소와 노사관계에서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주장해야 할 일이다. 그럼 충분히 그 취지를 공감하면서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추진방안의 내용을 살펴보자. 권력의 일이라는 비난이 노동의 당연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 나는 오로지 노동자권리로 추진방안을 읽었다.

첫째 방안은 세대간 상생고용 촉진이다. 이는 내년부터 정년연장법 시행에 의해 60세 이상으로 정년이 보장됨에 따른 대책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한 마디로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기성세대(중·장년)와 미래세대(청년)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해당 사업장의 과반수노조와 노동자 반수가 반대하더라도 사용자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서 도입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 절차·기준 명확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다. 정년을 앞둔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해서 청년고용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말하는 권력의 상생은 노동자들이 서로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청년실업 등 청년의 고용문제 해결을 요구했더니 그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이렇게 청년이 아닌 노동자의 권리 삭감이 방법이라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둘째 방안은 원·하청 상생협력 지원이다. 이 나라에서 하청 중소사업장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이다. 추진방안에서 정부의 대책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목적으로 상생협력기금·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면 세제 지원(출연금 7% 세액공제) 등을 하고, 원·하청 간 원활한 납품대금 지급 및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서 중소기업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생은 원청과 하청 기업 사이를 말하고 있어 첫째 방안과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원·하청 문제는 대자본의 대기업에 의해 중소자본의 중소기업이 원하청관계로 종속돼 수탈되는 구조라는 데 기인한다. 원청의 힘은 납품단가 조절에서 주되게 행사된다. 거래계약에서 원하청의 기업 사이에 대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가가 제도적으로 그것을 보장해 줘야 원하청 간의 공정거래질서는 확보될 수가 있다. 자본의 세상에서 공정거래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원하청질서는 수탈의 질서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을 이 나라에서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으며 이는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권력의 보다 강력한 공정거래질서를 위한 제도 마련과 집행이 있어야 극복할 수가 있다. 어쨌거나 추진방안에서는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원청 노동자와의 상생 문제로 접근하지 않은 것에 나는 안도했다. 그런데 무작정 안도할 일은 아니었나 보다. 임금공유제.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공유제 협약을 체결했다고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이 발표되기 바로 전날인 지난 16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협약식에 참석해서 축하했다. 임금은 노동자들의 것인데 이제 노동자들끼리라도 자신들이 받는 임금을 공유하자고 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어째서 그걸 사용자와 단체협약으로 체결했다는 것인지 나는 제목만 보고는 알 수가 없어 기사를 읽어야 했다. 노사는 사장과 2015년 임·단협 합의서에 임금 인상분의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상생협력 임금 공유 프로그램’ 협약을 맺었는데 임금인상분(기본급 3.1%)의 10%를 협력사 직원들에게 내놓고 회사도 10%를 내놓아 인상분의 20%를 나눈다는 공유 모델이라고 뉴스는 보도하고 있었다. 임금공유제, 그 이름에 내가 그만 착각한 거였다. 그저 원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분 일부를 협력업체에 지원한다는 거였다. 재벌이든 독점자본이든 뭐라 하든 이 나라는 몇몇 대기업에 협력업체들이 수직으로 종속돼서 수탈당하는 구조다. 협력업체 노동자는 납품단가 등의 조절을 통해서 협력업체에 이윤을 원청업체가 뽑아가는 원하청 체계에서 협력업체 사용자가 수탈을 전가할 밑바닥에 있다. 더 밑바닥은 협력업체 노동자가 발 딛고 서 있는 공장의 땅 말고는 없다. 자본에 의한 노동 착취가 자본을 재생산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자본에 의한 자본 수탈이 원하청관계를 통해 착취로 구조화돼 있다. 임금공유제는 이러한 구조 위에서 체결되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서는 원하청관계에서 자본의 수탈분까지 전가돼서 자본에 의한 착취가 행해진다. 이처럼 문제는 원하청구조와 자본의 착취인데 답은 임금공유제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음날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의 발표를 앞두고서 이런 일을 축하하겠다고 달려간 노동부 장관의 생각이 나는 궁금했다.

셋째의 방안은 정규·비정규 등 상생 촉진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이다. 추진방안에서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형태별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 방안 마련, 임금체불 및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자 보호 강화 등에 관한 세부 방안을 밝혔다. 분명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 촉진을 위한 방안이라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추진방안에서는 상생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 노동자 사이에 상생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분명히 정규직을 향해서 비정규직과의 상생을 말해 왔고, 추진해 왔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고용 등 권리를 삭감하고서 비정규 노동자와의 근로조건 격차를 줄여서 사용자의 정규직 사용에 따른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한 상생은 대기업 정규직 과보호론에 입각한 노동자의 권리 삭감일 수밖에 없다.

그 밖에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 등 불확실성 해소라는 넷째 방안은 노사정 의견 접근 사항이라며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정하고, “근로의 양 또는 질과 관계 없거나 개인 사정에 따라 달리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은 시행령에 위임해서 제외하도록 하는 통상임금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이렇게 입법되면 정부가 종전 노동부의 예규 ‘통상임금 산정지침’이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당한 통상임금 입법에 의해 노동자 임금권리는 저하되게 된다. 무엇보다도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입법은 주 40시간 노동제,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현행 근로기준법을 부정하고서 추진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여기서 수 차례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정부는 불법 파업, 고용세습, 인사·경영권의 본질 침해 행위 등을 불합리한 노사 관행이라며 개선하는 것을 다섯째 추진방안에서 언급했다. 노동기본권 행사를 금지,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폐는 외면하고 불법 파업 운운하고, 평생을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산재 등을 당한 근로자의 자녀 채용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고용세습이라 비난하며,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위한 제도 마련은 고사하고 노동자권리를 위한 제도 요구를 인사·경영권의 침해 운운하며 불합리한 노사 관행이라며 개선하겠다고 추진방안에서 발표했다. 어찌된 일인지 이 나라에서 권력의 눈에는 노동자권리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은 추진할 개혁이 아니다.

3. 추진방안을 읽어보면 이 나라에서 정부는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하면 임금피크제로 중장년의 노동자권리를 삭감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비정규직 불안정 고용 및 낮은 임금이 문제라고 하면 정규직 고용 보호 및 높은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말하면 임금공유제를 칭찬하며 원하청 상생의 모범이라고 축하하고는, 정작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서 해야 할 노동자권리 개선이나 노동기본권 행사 보장을 위한 노동법 개정에 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노동문제에서 권력의 대책은 언제나 자본의 문제를 외면하고 노동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서 노동운동이 행동으로 말하고 있지 못하니 노동자권리를 삭감하는 ‘개악’이 개혁을 사칭하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