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가 모성보호를 선진국수준 이상으로 강화해야 하겠다고 나섰다.

요구 내용은 현행 60일의 출산휴가를 90일로 늘리자는 것과 육아급여를 남녀 다같이 1년간 임금의 30%를 지급하는 것 외에 태아검진·낙태·사산 시 유급휴가를 주고 그 비용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이에 대해 경총은 생리휴가폐지를 조건으로 출산휴가에는 찬성하나, 유아급여 등 나머지 부분은 기업부담의 증가와 국제기준을 상회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표를 의식하여 찬성 쪽이고, 정부는 재원이 없어 난처한 입장이다.

모성보호란 좋은 일이다. 이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여성계 주장대로 모성보호관련법 개정 취지가 여성인력활용 향상과 생산성 증가에 도움이 되는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첫째, 88년 남녀고용평등법을 실시한 후 은행 대졸 여 행원의 채용이 반감했다. 87년 이전 실업자의 남성 대 여성 비율이 4대1이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는 2대1이 되었다. 그만큼 여성 실업자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금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 여직원은 결혼때 퇴사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고, 임신하면 퇴사종용을 받는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임시직 등으로 요리조리 피한다. 지키도록 강요하면 여성고용은 더 줄어든다. 이것이 현실이다. 육아휴가가 법제화되면 여성 채용은 더욱 기피하게 된다. 따라서 이 법의 피해자는 여성근로자 자신이 되고 만다.

둘째, 힘들고 어려운 일은 남성들의 몫이었다. 과거 40년 간 시궁창 같은 기업환경에서 옳고 그르고를 따질 겨를도 없이 일해 받은 그런 돈으로 우리 가정은 지켜졌다. 여성사원을 홀로 출장 보내는 기업은 별로 없다. 숙직도 열외다. 이래서 기업은 다목적 기능자인 남성을 선호하고 우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성계는 임금수준의 남녀차별이 없어질 때까지 임금 보상적 차원에서 생리휴가를 없애지 못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셋째, 부담할 재원이 없다. 일본의 경우 92년도부터 육아휴가 급여 25%를 실시하였는데 작년 한해 신청률이 해당자의 56.82%이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우리의 경우 총 3800억원 정도가 든다. 의료보험은 거덜난 상태이고 고용보험재원도 턱없이 모자란다.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 결국은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휴가기간중의 퇴직금 등 후불성 임금까지 감안하면 기업부담은 더 커진다.

넷째, 휴가문제는 주 40시간제와 맞물려 노사정위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이것만 별도로 떼어 입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모성보호가 강화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근거가 없다. 학계의 분석결과 대체인력투입이 없는 경우 국민소득의 0.48%가 감소한다고 한다. 국민소득의 감소는 일자리가 그만큼 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여성을 위한다는 정책이 여성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여성고용증대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업이 여성을 고용하기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정말로 근로서민층의 여성을 위한다면, 우선은 고용증대를 달성하고, 그 후에 강도높은 요구를 하는 것이 순서다. 현 시점에서 여성계는 국제기준에도 안 맞는 생리휴가의 폐지를 받아들여 출산휴가 연장만이라도 우선 달성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성계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첫째, 술 교제·뒷거래 등 비정상적인 기업환경을 정화하는 일에 앞장서는 일이다. 그래야 여성이 남성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육아휴가보다는 같은 재원으로 방방곡곡에 탁아소가 번창하도록 추진하는 것이다. 그래야 여성근로자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고, 여성의 일자리도 늘어난다. 이런 일들이야말로 여성계 지도자의 몫이다.

재원이 있든 없든, 기업부담이 늘든 말든, 여성취업이 줄든 말든, 내년 대선에 표만 많이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손을 드는 정치권의 태도는 한심할 뿐이다. 여성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박종규 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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