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산별노조의 역할이요? 당연히 조합원 고용안정과 국민건강이죠.”

김문오(43·사진) 민주제약노조 위원장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노조는 2012년 12월 출범했다. 상급단체는 한국노총 화학노련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정부 약가인하 정책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기업노조로 구조조정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노동자들은 산별노조를 출범시켰다. 산별노조는 한국노바티스·사노피파스퇴르·얀센·다케다·쥴릭파마·화이자 등 10개 다국적 제약사 지부 조합원 1천60여명이 가입해 있다.

노조는 장기적으로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비롯해 정부 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구상이다. 약제급여조정위는 약가협상에 실패한 의약품 중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약품의 상한가격과 보험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에 위치한 노조사무실에서 김문오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2000년 노조활동을 시작해 현재 사노피파스퇴르지부 지부장과 민주제약노조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 노조가 설립된 지 2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설립 당시 7개 지부가 가입해 있었는데 지금은 10개로 늘었다. 국내에 생산공장이 없는 다국적 제약사가 15개인 점을 감안하면 조직력이 확대될 것이다. 지부가 설립된 10개 다국적 제약사 인사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노조가 설립되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했다. 고용불안과 실적 압박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1년에 두세 차례 집담회를 열어 조합원 애로사항을 듣는다. 노조가 할 일이 정말 많다고 느낀다.”

최근 노조는 영업사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다국적 제약사에 보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 방문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주로 병원을 방문해 영업을 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메르스 감염 확률이 높다.

-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상시적인 해고 위협에 놓여 있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로 고용이 불안한가.
“영업사원은 회사의 모든 사원과 경쟁해야 한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는 제약회사 중 세계 20위 안에 드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보다 다국적 제약사 근속기간이 더 짧다. 회사 단체협약은 정년 60세를 보장하고 있지만 정작 쉰 살을 넘은 직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한 다국적 제약사가 조만간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회사가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을 막아야 하는데, 공장이 동남아시아로 옮겨 간 상황에서 파업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회사는 노조의 취약점을 알고 본사 지침을 핑계 삼는다. 노사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 노조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에 산별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산별교섭이 필요한 이유는.

“2013년과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산별교섭을 제안했다. 협회는 노조가 대표성이 없어 교섭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산별교섭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교섭을 하기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반드시 산별교섭을 성사시킬 것이다.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조합원들을 두고 볼 수는 없다.

다국적 제약사는 이익이 나지 않으면 약을 공급하지 않는다.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도 국민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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