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용진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충남사무소)

“옆집 개가 시끄럽게 짖어서 그 개를 때려죽이고 100만원을 보상했어. 나는 화가 나면 언제 손에 몽둥이가 들려 있을지 몰라.”

“날 약 올리지 말라고! 날 약 올리면 아주 아작을 내 버려! 내가 지금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돼!”

언뜻 보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무렇게나 쏟아 낸 것 같은 이 말들은 놀랍게도 천안시립교향악단의 전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퍼부은 폭언이다.

최근 천안시립교향악단에서 7년 넘게 연주활동을 해 온 차석단원들을 대리해 부당강등·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을 진행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음악만을 해 왔고, 대중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을 평생의 사명이자 즐거움으로 알고 살아왔던 예술가들이 연주복 대신 노조조끼를 입고 악기 대신 피켓을 들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반노동조합적인 인식을 가지고 폭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실력조차 갖추지 못한 제왕적 지휘자 때문이었다.

문제의 지휘자는 정기공연 때도 지휘가 틀릴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다고 평가받던 사람인데, 교향악단 단원들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강요하고, 노조명칭을 변경하라고 노조에 공문을 직접 보내는 등 극도로 반노동조합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그런데 자신의 노력과는 달리 많은 단원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그때부터 단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직접 전화를 걸어 조합활동을 위축시키는 말을 하고, 연습 중에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향악단 단원들의 재위촉 여부와 직책등급 조정의 근거가 되는 평정 점수의 약 75%를 지휘자 혼자 매긴다는 점이었다. 일반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사고과와는 달리 예술노동자에 대한 평가점수는 대부분 실기평정, 작품의 이해·기량에 대한 평정 등 주관적·예술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기 마련인데, 이를 악용해 조합원을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것이었다.

실제 사건 진행에 있어서는 예술적 영역의 판단 여지를 넓게 보는 판례의 태도상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로 평정점수가 악의적으로 낮게 부여됐다는 점은 더욱 논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입단 이래 세 차례나 아무런 이상 없이 차석단원으로 재위촉돼 왔고, 독일 유학경험과 수많은 합주경력 등 뛰어난 실력과 경력을 갖고 있는 당사자들이 갑자기 점수가 하락해 차석에서 일반단원으로 강등됐다는 점, 조합원 중 52%가 강등 또는 해고를 당했고 강등된 단원 중 무려 87%가 조합원이라는 점 등에서 이 사건은 부당강등이자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이 명확했다.

게다가 위에서 본 것처럼 줄곧 반노동조합적인 태도를 보였고 자질조차 없는 지휘자가 평점점수의 75%를 좌우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이번 사건은 부당강등과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정받았다. 이 사건에 앞서 진행됐던 부당해고 사건도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의 지휘자를 특별채용한 천안시는 부당해고 판정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제기했다. 문제의 지휘자를 더 이상 재위촉하지 않고 다른 지휘자를 채용했으면서도, 이전 지휘자가 부여한 평정점수에 의한 해고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귀한 시민의 세금을 사용해 재심신청까지 해 가면서 천안시가 지키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시민들에게 선사해 줄 수준 높은 음악은 예술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예술적 자존심을 지켜 나갈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시는 교향악단에서 지휘자 1인의 독단적이고 반노동조합적인 권한남용으로 고통받는 음악가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천안시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재심을 취하하는 대신, 공정한 평가시스템과 노조활동 보장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다시는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강등을 당해 예술적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받는 예술인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말이다. 예술가들에게도 노조할 이유, 노조할 권리는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