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법정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규정되는 가운데 취업규칙 변경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더라도, 노조 또는 노동자 동의 없이 승인하는 내용의 지침 개정을 준비 중이다. 성실한 노사협의를 포함해 사회적통념상 합리성이 있을 때에만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여론은 좋지 않다. 노동계는 차치하고라도, 대다수 전문가들이 노동부의 취업규칙 지침 개정을 우려하고 있다.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면서 기존 급여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용자들이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협조를 요청하면 대부분의 노조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회사가 망하기를 바라는 노동자는 없는 까닭이다.

다만 임금삭감 폭과 시기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임금피크제로 실제 정년이 보장될지, 청년고용에 도움이 되는지도 쟁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노조는 회사 경영상태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노동부도 이를 인정한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많은 현장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취업규칙 지침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노동부 계획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는 “본격적인 임단협과 내년 정년연장을 앞두고 사업장을 지도할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노사가 반드시 합의해야만 효력을 갖는 단체협약은 취업규칙에 우선한다. 단협이 있는 사업장은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어렵다. 임단협을 앞두고 지침이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노조와 단체협약이 없고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90% 가량의 사업장만 취업규칙 변경이 쉬워진다는 말이 된다. 노동시장 격차해소라는 애초 취지와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다. 노동부는 왜 취업규칙 지침을 개정하려고 할까. 궁금증과 논란만 증폭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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