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구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대상판결/ 헌법재판소 2013헌마671 교원노조법 제2조 위헌확인 등

1. 경과


일제고사 반대, 시국선언, 정당 후원 등으로 해임된 교사들의 해임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 2010년 4월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에 해고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라는 규약시정명령을 했다. 현행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가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은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전교조는 서울행정법원에 규약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2012년 1월 대법원은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 보수단체들은 노동부에 전교조의 설립 취소를 요구했다. 2013년 9월23일 국정원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과 친일 역사교과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노동부 장관은 전교조에 30일 내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고, 해고교원을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시정요구를 했다. 전교조가 시정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를 통보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교조는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해 노동부의 시정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했다. 총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중 80%가 투표에 참여해 그중 69%가 노동부의 시정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가 노동부 장관의 시정요구를 거부하자, 2013년 10월24일 노동부 장관은 전교조에 대해 ‘법상 노조 아님’(법외노조)을 통보했다.

전교조는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통보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신청을 했다. 2014년 11월13일 서울행정법원은 1심 판결 선고시까지 법외노조통보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했다. 법외노조통보의 효력이 유지되는 경우 전교조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고, 이러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법외노조통보 처분의 효력을 잠정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4년 7월16일 서울행정법원은 본안 판단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통보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노동부의 주장을 수용하며 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이로써 1심 판결 선고시까지 효력이 정지됐던 법외노조통보 처분은 다시 효력이 발생했고,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됐다.

전교조는 즉시 항소하고, 항소심에서 다시 법외노조통보 처분 효력정지신청을 했다. 2014년 9월19일 서울고등법원은 법외노조통보 처분의 근거규정이자,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함과 동시에 항소심 선고가 있을 때까지 법외노조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했다. 그러나 2015년 5월28일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서는 합헌결정을, 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에 대해서는 각하결정을 했다. 그러자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2015년 6월3일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교원노조법 제2조 합헌결정을 이유로 종래 서울고등법원의 법외노조통보처분 효력정지결정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고법으로 환송했다. 종래 법외노조통보처분 효력정지결정이 파기됨으로써,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 상태가 됐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그 활동의 주된 주체를 원칙적으로 초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해 교원의 실질적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데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해 교원노조의 조합원을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했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므로, 교원노조 및 해고교원의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김이수 재판관은 교원노조법 제2조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교원노조 및 해고교원 등의 단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의견을 냈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

그러나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교원노조의 자주성의 이름으로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말살한 시대착오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첫째, 국가가 법률에 의해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강제함으로써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겠다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그 입법목적 자체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의 주된 주체를 초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함으로써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하고자 한 교원노조법 제2조는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원래 노동조합은 국가의 법률이나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와 사용자의 억압에도 이에 대항해 자연적으로 생성·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단결권은 근로자가 스스로 생존을 위해 국가와 사용자에 대항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 등을 조직·운영할 권리로서, 그 핵심은 바로 ‘자주성’이다. 즉 ‘국가와 사용자의 간섭 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을 조직·운영하는 것’이다. 이에 단결권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규약에 의해 조합원의 자격을 정하고, 규약에 따라 노동조합을 운영할 권리를 포함한다. 그런데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규약’이 아닌 ‘법률’로써 강제한다. 해고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이 있는데도 국가가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 박탈을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규약이 아닌 법률로써 정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정부에 대한 대항세력으로서의 교원노조의 자율성을 부정하고 교원노조를 허가의 대상으로 본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유독 모든 산별노조 중 교원노조에 대해서만 그 조합원 자격을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본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교원노조를 국가의 허가대상으로 본 시대착오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둘째,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의 일방적 해고권 행사에 의해 교원노조의 조직·운영·존속이 좌우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교원노조 및 해고교원의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해 교원의 실질적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교원이 아닌 해고교원을 교원노조에서 배제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봤다.

그러나 단결권의 핵심은 자주성이다. 노동조합은 그 본질상 국가와 사용자에 대한 대항세력으로서 국가와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들의 의사에 따라 조직하고 운영돼야 한다. 따라서 해고와 같은 사용자의 일방적 인사권에 의해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이 좌우된다면 노동조합의 자주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원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그의 전권인 ‘해고권’ 행사를 통해 ‘교원의 신분’을 박탈할 뿐 아니라 그의 ‘조합원 자격’까지도 박탈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사용자는 교원노조의 임원을 해고하기만 하면 그를 학교에서 쫓아내는 동시에 노동조합에서도 쫓아낼 수 있으며, 그 결과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현재 노동부 장관의 주장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해고교원의 노조 가입을 이유로 교원노조의 법적 지위까지도 박탈할 수 있다. 사실상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존속 그 자체가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결국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한 교원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의 교원노조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지배개입 수단으로 활용되며, 교원노조 및 해고교원의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오히려 이를 정당화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실상 해고교원을 솎아 냄으로써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교원노조를 순치하고자 하는 정부와 사용자의 의도에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 아니다.

셋째,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조합활동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라는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과 기능을 부정함으로써, 해고교원과 교원노조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는 교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이므로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해고교원 등의 교원 아닌 자의 교원노조 가입을 제한하더라도 과잉제한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해고교원은 단순히 ‘교원 아닌 자’가 아니다. 비유하자면 해고교원은 ‘전쟁 중 다친 상이군인’과 같다. 국가는 언제나 전쟁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어떤 국민이 전쟁 중 부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국가가 그의 국적을 박탈하고 그를 국가에서 추방한다면, 이제 그 누구도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국가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조합원은 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할수록 가장 먼저 해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노동조합은 그 본질상 사용자에 대한 대항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에 따르면, 조합원이 조합활동 중 해고를 당하면 이제 노동조합은 그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그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해야 한다. 조합원은 조합활동 중 피해를 당한 것임에도 정작 노동조합으로부터 아무런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앞으로 과연 누가 노동조합 활동에 나설 것인가. 노동조합의 약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전교조 조합원들은 노동부 장관의 규약개정 요구가 해고자 9명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해고됐을 때 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 줄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단순히 조합원 개개인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과 역할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고교원의 문제를 단순히 ‘교원 아닌 자’의 개입으로만 치부한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노동조합의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었던 셈이다.

4. 결론

1991년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노동 3권을 일체 금지하는 사립학교법을 두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99년 교원노조법이 제정됐고, 이로써 교원에게 일체의 노동 3권을 인정할 수 없다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스스로 그 오류를 드러내며 폐기됐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또다시 교원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24년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그러했듯이, 이번 결정 또한 역사를 통해 그 과오가 시정될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너무 멀리 돌아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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