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섭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승리)

헌법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여기서 단결권은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단체를 형성하거나 이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 권리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신속하게 합헌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관들은 “해직교원 배제는 단결권 제한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 의사결정에 개입하면 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수 있는 만큼 현직 교원에게만 조합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진정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걱정한다면 헌법에 있는 단결권을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았다. 교원노조법 2조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노조의 단결권을 제약하는 악법이다. 노조가 스스로 조합원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에 해당한다. 그래서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과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1996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요건이기도 했다. 정부·법원·헌법재판소가 유독 단결권 확대를 거부하고 ‘해고자 등’을 빌미로 노조를 공격하는 것은 단결과 권리를 위해 싸운 노동자를 노조에서 내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또한 이렇게 하면서 노조 내분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러면 단결이 강화되는가.

정부는 건설노조에 대해서도 조합원의 3분의 2 가량인 건설기계노동자들이 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외노조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강하게 저항하자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가 법외노조 시정명령을 받아들여 내부가 쪼개졌다면 건설노동자 단결이 강화됐겠는가. 정부는 오히려 부당한 간섭이나 방해를 하지 않아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계속 노조를 흔들고, 단결이 아니라 분열 또는 노조 내분을 조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함에 비해 대법원은 8년째 이주노조에 대한 판결을 하지 않고 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들이 잘 가지 않는 3D 업종에 종사하며 최저임금을 받거나 그보다 적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체불에 시달리는 실정이고 미등록 노동자들은 더욱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면서 체불이 생기더라도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주노동자들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해도 작업장 이동이 3회로 제한돼 있어 이를 제대로 호소할 수조차 없다.

이런 문제를 조직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것이 이주노조다. 대법원이 시간을 끌면서 정부가 이주노조 주요 지도부를 쉽게 추방할 수 있었다. 이주노조는 법내노조가 되면서 얻을 수 있는 행정서비스에서도 배제됐다. 정부와 법원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은 물론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가 채택한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에는 “모든 이주노동자는 자신의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결사의 자유 원칙에 맞게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며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가 이주노조 간부에 대한 표적단속을 동반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이 지체 없이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고 적시했다. 이런데도 대법원이 헌법의 단결권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건강한 노조의 자주성 문제에 개입해 분란과 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단결을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판결을 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조직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조속히 법내노조로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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