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정년 60세에 따른 임금피크제 실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취업규칙 변경시 근로자 집단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리는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발제할 내용이다.

정지원 정책관은 “정부의 최종적인 취업규칙 지침이 아니며 향후 공청회 등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발제문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는 만큼 대부분 노동부 지침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불이익변경이라도 합리성 있으면 효력?

그는 발제문에서 정년 60세 법제화를 맞아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바꾸는 것이 불이익변경인지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대신 취업규칙 변경기준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제시했다.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실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 하더라도, 임금체계 개편 의무를 규정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의 입법취지와 기업 부담을 고려하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정 정책관은 특히 “정년을 연장하면 근로자에게도 사실상 이익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합의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에 따라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노조와의 교섭경위나 노조의 대응 △같은 사항에 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취업규칙 변경 전 성실한 노사대화를 주문했다. 정 정책관은 “사용자가 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거나 형식적인 협의에 그치면 합리성을 인정해 줄 수 없고, 법원에서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실정법을 애매한 지침으로 대체”

노동부의 이런 해석에 대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정부 스스로 어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근기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동의절차라는 실정법을 무시하고 극히 예외적으로 해석해야 할 사항을 일반화시키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근기법에 관련 규정이 있고 현장에 정착돼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 지침은 사용자들의 탈법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부가 제시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노동부가 근기법의 명확한 규정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애매한 규정으로 대체하려 한다”며 “취업규칙은 임금뿐 아니라 근로시간과 고용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것을 말한다. 법원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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