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원청인 현대자동차 상대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은 불법 아니다." 지난 21일 이런 제목의 뉴스가 매일노동뉴스에 게재됐다. 법원이 지난 12일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파업투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관한 판결을 선고했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5. 12 선고 2011가단22869 판결).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현대차가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한 후 사용자 현대차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거부하자 이를 관철하기 위해 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인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파업은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사내하청업체의 파업 참여 비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원청 현대차를 상대로 한 사내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이 불법이 아니라고 확인한 최초의 법원 판결이었다. 판결 이유는 단순했다. 현대차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사용자이니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거부하자 이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투쟁을 한 것이므로 불법이라 볼 수 없고 사내하청업체의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2. 2010년 12월 사측이 손배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니 4년5개월 만이었다. 2010년 말 현대차에서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서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파업투쟁을 했고, 아산공장 파업투쟁 사건들을 대리해 왔다. 아산공장 하청업체들과 현대차가 소속 업체별로 비정규직 노조간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불법파업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모두 10여건이다. 뉴스에 나온 이 사건만으로도 10여 차례 재판이 진행됐으니 그동안 이들 사건 재판으로 백 번도 넘게 천안을 오갔을 것이다. 재판은 길었지만 판결은 길지 않았다. 피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손해배상 청구 외에 가압류로 고통받아 왔다. 피고로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을 뿐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 이유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 2월 말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근로에 관해서는 아산공장 7명 사건에서 파견근로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지난해 9월 중순 파견근로라고 판결했다. 이번 손해배상 기각판결은 이런 판결 뒤에 나왔다. 사용자 현대차를 상대로 한 정당한 파업투쟁이었다고, 2010년 12월 사측의 소장을 제출해서 재판이 시작된 이후 계속해서 주장해 왔지만 이런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에는 판사들은 선뜻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변론은 진행되다가 추정되고, 재판부가 변경되기를 몇 차례 반복됐다. 어떨 때는 그나마 불법이라고 손해배상 판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단순하고 명료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3. 판결문을 읽어 보자. 원고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남명기업의 대표였다. 피고는 남명기업 소속 비정규직 조합원들이었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 전환 등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현대차가 거부하자 2010년 11월15일부터 같은해 12월 중순까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한 데 대해 남명기업 대표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파업투쟁으로 인해 대체인력 투입 등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며 2010년 12월15일 업체 소속 비정규직 조합원 35명을 대상으로 4천3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피고들의 사용자는 불법파견으로 사용해 온 현대차고,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해서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정당한 파업투쟁이라고 주장하며 원고의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피고 대리인으로서 다퉈 왔던 것이다. 마침내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투쟁은 불법이 아니라며 기각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것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에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 근로자로 고용간주됐거나 현대차가 고용할 의무가 인정됐거나를 구분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현대차가 그들의 사용자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판결 이유도 중요하다. 고용간주로 이미 현대차 근로자지위에 있는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고용의무만 인정돼서 아직은 현대차 근로자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비정규직까지도 원청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의하면 비정규직지회와 조합원들은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 전환,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쟁의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4. 2010년 10월부터 12월까지 현대차비정규직 파업투쟁 당시 자본과 권력은 무엇이라 했던가. 파업 참여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법원이 현대차 근로자라고 판결한 바 없다며 불법파업이라고 현대차와 사용자단체, 일부 언론까지도 비난했다. 고용노동부조차 파견법을 위반한 현대차를 단속하지 않았고, 조정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와 비정규직과 직접고용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정대상이 아니라며 파업에 제동을 걸기에 바빴다. 재판에서 변론했던 것처럼 그때도 무슨 불법파업이냐고 사용자 현대차를 상대로 한 정당한 파업투쟁이라고 나는 자문하고 칼럼에 썼다. 당시 언론과 정부의 비정규직 파업투쟁 매도와 제동에 힘입어 사용자 현대차는 비정규직 파업투쟁에 노조법을 위반한 대체근로를 투입하고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했다. 결국 울산공장 등에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점거농성으로 저항하게 됐다. 당시 점거농성이 불법이라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일방적인 비난이 비정규직 파업투쟁을 불법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점거농성 등으로 정당하지 않은 경우라도 현대차가 사용자로서 응해야 할 단체교섭을 거부한 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마땅히 과실상계 등을 통한 손해배상을 대폭 경감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 당시 파업투쟁으로부터 4년6개월이 지나긴 했지만 법원은 “현대차 상대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이제 하나의 판결을 계기로 당시 파업투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관해서는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잇따라 나올 것이다. 그리고 현대차를 넘어 이런 판결이 나와야 한다.
“원청 상대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 그것으로 2010년 말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파업투쟁을 비난했던 자본과 권력, 그리고 그에 동조한 자들을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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