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중국은 ‘수출입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은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국수국조(國輸國造) 정책하에 조선·해양산업을 육성한다. 선박대출센터를 통해 해운·조선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선박투자촉진회사를 설립해 일본 선사가 일본에서 건조하도록 지원한다. 우리나라처럼 정부 지원이 전무한 나라에서 조선 1위 타이틀을 유지한 게 신기할 따름이다.”

정동일(42·사진)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의 말이다. 지난 14일 통영 안정국가산업단지 지회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정 지회장은 정부에 중소조선소를 위한 선박제작 금융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 부동의로 법정관리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무려 2만4천명의 노동자가 성동조선의 일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더구나 조선산업은 해운·철강·기계·전자통신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814개의 협력업체가 성동조선과 연간 1조1천311억원 규모의 거래를 맺고 있다. 추가 자금지원 중단의 여파가 너무 심각하다. 정부가 시급히 개입해야 한다.”

-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한 지 4년이 지났다.

“조선소는 배를 만들어야 유지된다. 채권단은 수익이 나지 않는 저가 수주가 조선소 재무상태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부러 저가수주를 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신조선가 자체가 낮게 설정돼 있다. 지금은 조선경기가 좋아질 때를 기다리며 고용을 유지하고 기술을 축적해 나갈 때다. 채권단 주장처럼 저가수주라는 이유로 영업행위 자체를 중단하면 상선시장을 중국에 모조리 빼앗길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마저 끊기면 성동조선의 회생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 STX조선해양·SPP조선 등 비슷한 처지의 중소조선소와 합병설이 제기된다.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소를 통폐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조선산업을 살릴 수 있다면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채권단의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자칫 각사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정부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는.

“추가 자금지원을 꺼리는 채권단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자 우리 역시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가 걸린 절박한 문제다. 어느 한쪽이 살아서 다른 한쪽을 죽이는 구조를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중소조선소의 유동성 악화를 초래한 선수금 환급보증(RG) 문제를 해결하고, 헤비테일(Heavy-tail) 대금회수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소를 위해 선박제작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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