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고 권영숙씨 추모집 <민들레처럼 불나비처럼>(사진·도서출판 한티재·1만5천원·권영숙추모사업회 펴냄)이 출간됐다.

권영숙씨는 1976년 안동여고를 졸업하고 경북 구미 코오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부당한 인권침해 상황이 벌어지자 이에 항의하며 이듬해 퇴사했다. 권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코오롱에 다니던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교회 가지 말라는 강요에, 기숙사에서 밤 11시가 되면 무조건 불을 꺼야 하고 사감이 정해 준 방에 무조건 들어가야 했어요. 물건이 없어지면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을 하고, 그런 것들이 모두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더라고요.”(추모집 중)

이러한 경험은 그를 노동운동으로 이끌었다. 두 번째 직장인 서통에서 해고되고, 대한전선 시절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80년 구미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84년 대구의 한국경전기 근무 시절에는 상무의 폭행과 강제해고에 맞서 지역 대학생들과 노학연대를 꾸려 투쟁했다.

86년 대구·경북 노동자생존권 확보투쟁위원회 활동을 벌이다 88년 4월 한국LBI에서 노조를 만들어 사무장으로 활동했다. 기독교노동자의 집 상담실장과 희년공동체 대표를 거쳐 2002년에는 여성연맹 대구지하철청소용역노조에서 상근자로 일하다 2005년 위암에 걸렸다. 2009년 위암이 재발해 이듬해 5월24일 숨을 거뒀다. 추모사업회는 노동운동가 권영숙의 삶, 발병과 투병기록을 추모글과 함께 엮었다. 추모집에는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료와 토론회 기록, 동료들의 증언도 담겼다.

김용철 추모사업회 공동대표는 “고인은 유신 시절 코오롱과 싸우며 투사가 됐고, 대구 한국경전기 해고투쟁을 벌이며 노학연대 신화를 만들었다”며 “전노협 시절을 거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운동까지 노동운동의 중요한 고비마다 자리를 지켰다”고 회고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 책이 길을 잃은 노동자들과 절망하고 좌절한 활동가들에게 나침반이 되고 희망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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