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하르츠는 금속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고생 끝에 폭스바겐 임원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3년 폭스바겐은 창업 이래 최대의 경영난에 봉착했다. 회사 재정상태로 보면 2만명에서 3만명을 감원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때 등장한 인물이 폭스바겐 인사담당 이사로 부임한 페터 하르츠였다.

하르츠는 노동시간단축과 고령노동자 단계별 퇴직, 신규노동자 단계별 고용을 단행했다. 아울러 작업장 혁신을 추진하고 위기극복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당시 니더작센주 주지사로 폭스바겐 개혁을 눈여겨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2년 하르츠에게 노동시장 개혁을 맡겼다. 하르츠 개혁은 그렇게 시작됐다.

화려한 각광을 받던 하르츠는 뜻밖의 사건에 연루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5년 폭스바겐 경영진이 노조 대표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이 노동자평의회 간부들을 회사 전용기에 태워 호화여행을 보냈는데, 그 비행기에 브라질 출신 성매매 여성들이 동승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폭로 당사자는 수년간 수십억원의 회사 공금을 쓴 폭스바겐 직원이었고, 해당 직원의 상급자는 하르츠였다. 일개 직원이 회사 공금을 상급자 결재 없이 물 쓰듯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하르츠가 향응제공에 동참했거나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폭스바겐 지분 20%를 소유한 니더작센 주정부를 장악한 기민당이 사민당의 노동시장 개혁 책임자를 제거하기 위해 꾸민 음모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렇다고 하르츠가 노사 부패행위를 묵인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폭스바겐 이사회는 그해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하르츠 이사를 경질했다. 독일 노사관계가 자랑하는 공동결정제도에 흠집을 남긴 채 말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