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24일 서울·경기·인천지역에서 취업해 일하고 있던 이주노동자 99명이 지역별 노동조합의 형태인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을 설립하고 같은해 5월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노조 규약을 첨부한 설립신고서를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그런데 같은해 6월3일 노동부 장관의 위임을 받은 서울지방노동청장(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이주노조가 조합원들이 소속된 사업 또는 사업장별 명칭과 조합원수 및 대표자 성명, 조합원들의 취업자격 유무 확인을 위한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이유와 노조 임원이 현행법상 취업 및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고, 소속 조합원의 신분은 주로 불법체류자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이주노조는 주로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불법취업 외국인이 주체가 돼 조직된 단체로 봄이 타당하므로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실체적 이유로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이에 이주노조는 같은해 6월14일 서울노동청장을 피고로 노조 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이 법적 근거가 없고,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라는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을 차별하는 행정처분으로서 위법무효이므로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06년 2월7일 서울행정법원 제13행정부(재판장 김태종 판사)는 서울노동청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1특별부(재판장 김수형 판사)는 이듬해 2월1일 서울행법 판결을 취소하고, 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위법하므로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같은달 23일 서울노동청장은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그로부터 무려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고심 판결은 내려지지 않은 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노동부가 이주노조에 대해 불법취업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로서 노조법 소정의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함으로써 이주노조는 노조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철저하게 부정당한 실정이다. 그사이 이주노조는 아노아르 후세인(방글라데시) 초대 위원장을 비롯해 미셸 카투이라(필리핀) 4대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주요 임원들이 표적단속돼 강제추방을 당하거나 입국이 거부되는 등 갖은 수난을 겪고 있다.

이주노조 규약에 따르면 가입자격은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자로서 가입절차를 마친 자로 돼 있을 뿐 체류자격 여부를 묻지 않는다. 헌법과 노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노조 설립 및 가입 주체가 되는 노동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일 뿐 체류자격 유무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체류자격 유무에 따라 노조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고용관계 형성 여부에 따라 노동자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노동권이란 노동자라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다. 이는 “개인의 이민 지위는 이민자로부터 노동 관련 인권을 포함한 인권을 누리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고용관계가 성립됐을 때 이주민은 피고용인으로서 고용국가 내에서의 체류의 합법성과 관계없이 인정받고 보장돼야 하는 귄리를 획득한다. 이러한 권리들은 고용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는 미주인권재판소의 판단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체류자격 여부로 이주노동자 단결권 등 노동 3권의 주체성 유무를 판단하는 태도는 국제법은 물론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다는 헌법 제6조, 조합원에 대해 인종과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노조법 제9조,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5조 등 국내법 입법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올해 3월 제323차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가 채택한 제374차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에서 8년째 계류돼 있는 이주노조 설립신고 상고심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 것과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단체교섭권을 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한국 대법원과 정부에 촉구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결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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